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취약 계층에 대한 무료 법률 지원을 하는 곳이다. 이곳은 그동안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좋은 일자리'로 통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고 무엇보다 65세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 2일 '5년 계약직' 변호사를 한 자릿수 인원으로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계약직 변호사'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은 공단 설립 이래 처음이다. 작년 6월 취임한 조상희 이사장이 "공단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고치겠다"며 계약직 변호사 채용을 추진해왔다. 조 이사장은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이 공단에는 현재 107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공단 근무 3~4년 차 변호사의 평균 연봉은 소송 성과급을 포함해 1억1000만원, 5~7년 차 변호사의 평균 연봉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65세까지 정년 보장을 받는다. 조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에서 "와서 보니 이런 직장이 따로 없더라. 사건을 수임할 필요도 없고 다루는 사건은 단순 법률 상담인 경우가 많다"며 "공단 변호사들을 제외하고 우리 사회에서 정년 65세 직군은 판사가 유일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단 변호사 노조는 "조 이사장이 소속 변호사들을 사실상 계약직으로 전환해 소모품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1월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결국 양측은 파업 예고일 이틀 전에 '앞으로 정규직 변호사(현행)와 계약직 변호사를 절반씩 뽑는다'고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