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나디아 무라드·제나 크라제스키 지음|공경희 옮김|북트리거|392쪽|1만7800원
'마지막 여자(The Last Girl)'라는 뜻의 제목에 이 책의 내용이 응축되어 있다. 2018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저자 나디아 무라드는 2016년 뉴욕에서 유엔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 대사'로 임명됐다. 그때 연설한 경험을 이렇게 적었다. "난 우릴 유린한 남자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들이 벌 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라크 작은 마을 코초 출신인 무라드는 2014년 8월 마을을 습격한 IS에 의해 또래 여성들과 함께 납치당한다.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IS는 고대(古代) 일신교를 믿는 소수민족 '야지디'인 무라드를 '이교도'라는 이유로 '사비야'라는 성 노예로 삼는다. 이라크 북부 모술로 끌려간 무라드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현지 판사에게 팔려간다. 그 이후는 지옥이었다. 강간, 탈출 시도, 탈출에 대한 징벌로서의 윤간…. 무라드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쓴다.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난 말하거나 싸우거나 바깥세상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저 강간을 비롯한 상황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멍함만 있을 뿐이다. 차라리 두려움이 더 낫다. 두려움이 있으면 벌어지는 일을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게 된다."
몇 번을 되팔려가며 폭력에 시달리다가 탈출에 성공, 인권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참혹한 과정을 계속 읽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 모든 고난을 겪어내고 "IS의 반인류적 범죄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하는 저자의 굳은 의지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