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건물에서 알몸 상태로 소화기 난동을 벌인 인물로 추정되는 여성이 경남 창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에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창원에서 이 여성이 발견되기까지 5시간 동안의 행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오전 5시40분 쯤 경남 창원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A(25)씨가 5시간 전인 같은날 오전 0시20분 쯤 부산 진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소화기 난동을 벌인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흰색 원피스와 빨간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던 A씨는 이날 자정 쯤 부산의 한 상가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5층 옥상에 자신의 옷과 신발을 벗어뒀다. 이후 알몸인 채로 계단을 통해 건물 아래로 내려가는 A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그는 돌연 3층 벽면의 화재경보기를 부수더니, 비상계단에 있던 소화기를 집어 들어 마구 뿌렸다. A씨는 24시간 운영하는 1층 마트까지 들어가 소화기를 분사했고, 사람들이 놀라 황급히 밖으로 대피했다.
A씨는 알몸인 상태로 상가 건물 인근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이후 통로를 통해 맞은편 출구로 나온 A씨는 곧장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알몸이었던 A씨는 집에서 티셔츠와 바지로 다시 옷을 입고 나왔다. 오전 1시10분 쯤 A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경남 창원시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오전 5시40분 쯤 경남 창원시의 한 운동장 앞 광장에서 발견됐다. 인근 아파트 주민이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한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관할인 창원 내 파출소에 이를 신고한 것이다.
한편 부산진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소화기 난사로 인한 재물 손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 A씨를 수소문했지만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지난달 30일까지도 해당 여성이 누구인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흘이 지난 1일이 돼서야 "창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과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부검을 의뢰했고 "타살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전달 받았다. 경찰은 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국과수의 최종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신원일치 여부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통해 정확히 확인되면 관련 수사는 종결할 예정"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와 구체적인 동선, 창원으로 이동한 이유 등 자세한 내용은 유족 측의 강력한 반발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