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라미란, 이성경, 최수영 등 배우들과 정다원 감독이 "영화 '걸캅스'가 오락 영화로 즐거움을 드리길 바란다"며 입을 모았다.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걸캅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라미란, 이성경, 최수영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에는 우준(위하준 분)과 친한 무리가 클럽을 찾은 20대 여성들을 상대로 신종 마약으로 기절을 시킨 뒤, 성폭행을 가하고, 이를 몰래 촬영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이 등장한다. 최근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온 '클럽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몰카 파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걸캅스'는 지난해 9월 촬영이 마무리된 작품으로 버닝썬 사건 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개봉 시기가 현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이에 대해 정다원 감독은 "처음에 '걸캅스' 제작사 대표님이 여성 콤비물을 기획하셨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혹은 거칠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디지털 성범죄 뉴스와 탐사 채널을 보게 됐다. 거기서 봤던 내용이 이러한 범죄자들은 잡아도 미약한 처벌과 잡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우리 사회에 그 범죄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연예인들이 연관된 사건에 대해선 "최근 벌어진 사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일이라서 지금 이슈화되는 것이지, (디지털 성범죄는) 그 전부터 만연해 있었다. 그들을 유쾌하게 통쾌하게 잡을 수 있다면, 관객들도 경각심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핵심 배우는 단연 라미란이다. 극 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을 맡았고, 이번 작품에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도 소화했다.

그는 "영화 48편, 나이 48살, 이번에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이다. 뭐든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 영화를 잘 보셨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도 달게 받아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다. 어떤 의식이나 이런 것을 떠나서 오락 영화이고, 감독님이 내가 잘 할 거라고 믿어 주신 것 같다. 진지하게 했는데,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 지금 무척 떨린다"고 털어놨다.

이성경은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를 연기했고, 최수영은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민원실 주무관 장미를 소화했다.

힘든 카체이싱 연기를 선보인 이성경은 "나보다 라미란 선배님이 수고했다. 영화에서 탄력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고, 발차기 감을 잡는 연습을 했다"며 "운전할 때 카메라도 안전한 상황에서 했지만, 카메라를 3~4대 달고 해서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극 중 감초 캐릭터로 차진 욕설 연기를 보여준 최수영은 "내가 영화를 한다면 개성 있는 캐릭터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첫 대사의 인상이 강해서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대표님한테 하겠다고 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욕을 자유롭게 해야했다. 그때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웃음) 평소 말씨도 딱히 고운 편이 아니라 잘 소화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수영 씨 욕설이 어색한 것 같아요' 하면서 걱정하시더라. 촬영 날까지 평소에도 거칠게 살다가 와달라며 특별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걸캅스' 촬영 후에도 그 말투가 떠나지 않고 남아버린 불상사가 생겼다.(웃음) 걸그룹 출신이라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고, 반전의 기회가 주어진 게 감사하다"며 만족했다.

후배 이성경, 최수영과 처음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원래 남자 분들과도 케미가 좋은데, 여자 분들과도 케미가 좋은 것 같다.(웃음) 이번에도 거의 다 여자였다. 촬영할 땐 정말 가리는 게 많이 없어서 편했다. 서로의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신경 쓰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편했다. 뭔가 부끄러움 없이 했던 것 같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주고, 오히려 영감을 얻은 부분도 많다. 그 과정에서 좋은 케미스트리가 생겼다. 내가 집에서 막내인데, 밑으로 동생이 더 생긴 것 같다. 이 친구들이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니까, '앞에 길을 잘 닦아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특별히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라미란은 "성범죄 피해자 중에서 여자들이 많지만, 남성 분들도 피해자가 많다. 가해자나 피해자가 너무나 쉽게 돼 버린다. 피해자가 좀 더 용기내고,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의식 중에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한번쯤 '나도 그럴 수 있구나, 남의 일이 아니구나' 생각해보고,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다고 느낀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수영은 "젠더 이슈가 이렇게까지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인식이 다르구나를 느꼈다. 우리 영화를 사건 중심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누구나 박미영이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젠더 이슈로 화제가 되는 부분에 적잖이 놀랐다. 영웅적인 관점에서 우리 작품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배우들의 말처럼 '걸캅스'는 영화 제목과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젠더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연 배우들은 물론 감독은 "통쾌한 오락 영화로 봐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정다원 감독은 "배우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 봐 걱정이 많다. 때론 일반 대중 분들이 연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악플을 달더라.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우리가 따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많은 분들이 영화를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 아직 현실에서는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실과 비슷한 영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과정을 재밌고, 유쾌하고, 오락 영화를 보는 것처럼 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목이 '걸캅스'라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고, 남성 혐오적인 시선과 남녀 젠더 문제를 야기시키는 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네티즌들이 댓글로 '시나리오 유출', '감독 인터뷰 예상'이라고 써 놨던데, 나도 재밌게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비켜가는지, 오그라드는 장면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카체이스 부분은 정말 열심히 찍었다. 우리 영화는 시원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이슈가 여자 주인공에 여자 형사, 그리고 버닝썬 사태까지 이슈화되면서 한 쪽면만 보여지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자신 있다. 시원하고 통쾌하고, 몰아치는 카체이스 등 오락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 이런 기획의 영화가 흔하지 않다. 흥행해서 2탄, 3탄 기획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걸캅스'(감독 정다원,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필름모멘텀)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 올케 미영(라미란 분)과 시누이 지혜(이성경 분)의 비공식 수사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5월 9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