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이 스페인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트라팔가 해전을 주제로 한 대형 체스판 작품 ‘토너먼트(The Tournament)’.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림미술관이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 45)의 전시를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하이메 아욘은 예술과 상업 디자인의 경계를 깬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 등 14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스페인에서 출생한 하이메 아욘은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아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츠 한센, 앤트래디션 등 가구, 호텔, 레스토랑, 유통 매장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펼치고 있다. 엘르 데코, 아키텍처 다이제스트 등이 개최한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미국 타임이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뽑혔다.

하이메 아욘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오브제(사물)의 연금술사처럼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사람들의 감정과 상상을 자극해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 ‘녹색 닭(Green Chicken)’, 즐거움을 주는 그의 작품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번 전시는 오브제가 주인공이 돼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총 7개의 공간이 구성됐다. 그래서 전시 명도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이다. 작가의 대표 작품인 ‘녹색 닭(Green Chicken)’을 시작으로 열대 과일을 모티브로 한 크리스털 작품, 아프리카의 장식 미술에서 영감받아 유리로 제작한 ‘아프리칸도(Afrikando)’ 시리즈, 서커스를 모티브로 각기 다른 모양의 다리를 결합한 세라믹 작품 등이 전시됐다.

이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의 트라팔가 해전을 주제로 한 대형 체스판 ‘토너먼트(The Tournament)’가 주목된다. 이탈리아 유명 세라믹 장인들이 대형 체스말 32개를 만들었고,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앞서 200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에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설치됐다. 관객들이 직접 말을 움직여 체스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 이목을 끌었지만, 조국 스페인에선 혹평을 받았다. 참패한 역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작가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주제와 표현 방식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하이메 아욘.

이 밖에도 작가의 스케치북 안에 있던 상상 속 캐릭터를 끄집어 내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한 그림자 극장이 관람객의 호응을 얻을 것을 보인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하이메 아욘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퀄리티(품질)와 즐거움이다. 전시장이 아닌 극장을 찾은 것처럼 즐겁게 관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11월 17일까지, 관람료(성인)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