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협이 25일 오전 10시 구(舊) 수산시장에 대한 다섯번째 명도소송 강제집행에 나섰다. 시장 상인들이 반발하며 시장 진입로 등 주요 거점에 저지 인력을 배치했고, 양측이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강제집행은 2017년 4월 첫 번째 시도 이후 다섯번째로, 올해 첫 집행이다. 그동안 노량진 구 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은 구 시장 상인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25일 오전 10시쯤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5차 강제집행이 시작되면서 구 시장 입구에서 법원 집행관·노무인력, 구 시장 상인·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구 시장 입구에는 구 시장에 잔류한 119개소 점포 상인을 비롯해 ‘함께살자 노량진 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련 등 시민단체 회원 9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다섯 군데로 흩어져 집행관들이 들어올 구 시장 진입로를 모두 봉쇄했다. 또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장벽’을 만들었고, 각종 집기들을 입구에 쌓아 방어진을 구축했다.

법원집행관과 노무인력들은 오전 10시 10분 구 시장 길목으로 진입을 먼저 시도했다. 그러나 상인 측의 강경한 저지에 가로막혔다. 이후 집행관들과 구 시장 상인들의 대치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뿐 아니라 고성과 욕설도 오갔다. 일부 상인들은 집행관들의 조끼를 잡아당기며 "하지 말아달라"며 말했다.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이 시작되기 전인 25일 오전 집회에 참여 중이던 구 시장 상인들이 팔짱을 끼고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부터는 구 시장 시민대책위의 집회가 진행됐다. 구 시장 상인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은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집행 즉각 중단하라" "노량진수산시장을 서울시민의 품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구 시장 상인 대표 윤헌주 시민대책위원장은 "노량진 시장은 서울시민의 시장"이라며 "우리는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노량진으로 태어나기 위해, 현대화 사업이 잘못됐다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법원 5개 부서, 집행관 200여 명이 파견됐다. 수협 측에서도 현장 인근에 직원 100여 명을 내보내 집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양측 충돌에 대비해서 경찰 9개 중대 350여명이 시장 근처에 배치됐다.

수협이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한지 닷새째인 지난해 11월 9일 구 시장 상인들이 촛불을 켠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신·구 시장 간의 갈등은 3년여 동안 지속됐다. 수협은 2004년부터 노량진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 2016년 3월 신시장을 열었다. 일부 점포는 "영업장 면적은 좁아지는데 임대료만 비싸진다"며 신시장 이전을 거부했다.

이에 수협은 구 시장 상인을 상대로 "점포를 비우라"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구 시장 상인들이 무단 점유를 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수협 측은 대법원 승소 판결에 따라 2017년 4월과 지난해 7월·9월·10월 등 네 차례의 강제집행을 실시했지만 구 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어 수협 측은 지난해 11월 구 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를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시장의 차량 통행로를 막고 출입구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 시장 잔류 상인들은 비상발전기를 끌어오거나 초를 켠 채 주변 상가에서 물을 공급 받아오면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구 시장 시민대책위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청회가 예정된 내일 강제집행을 진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재개발 사업, 현대화 사업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더이상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