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에서 할리우드 요정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1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작가 로버트 마첸은 최근 출간한 저서 '네덜란드 소녀: 오드리 헵번과 2차대전'〈사진〉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1942 ~1945년 헵번(당시 이름 아드리안체 판 헴스트라)은 네덜란드 출신 어머니와 함께 펠프라는 마을에 살며 아른헴 전투 이후 레지스탕스 회보를 배포하고, 고립된 연합군 공수부대원을 숨겨주는 등 탈출을 도왔다. 10대 소녀 헵번은 아른헴에서 발레 수업을 받고 있었으며, 네덜란드의 저명한 레지스탕스 지도자인 헨드릭 후프트 박사 밑에서 심부름을 돕거나 모금을 위한 비밀 모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1944년 9월 연합군의 공중 침투 작전 '마켓 가든'이 실패한 뒤엔 고립된 공수부대원을 안전지대로 인도하며 음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고 책은 전했다. 헵번은 집 지하실에서 1주일간 숨어 지내다 탈출하는 공수부대원들에게 모친이 주는 음식과 샴페인을 날랐다.
헵번은 할리우드 스타가 된 뒤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첸은 "헵번의 어머니가 당초엔 나치 추종자였던 탓에, 이것까지 밝혀질 경우 배우 경력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