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주대 보건의료행정학과에 19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한 박현순(50)씨는 과(科)에서 '왕언니'로 통한다. 매일 경기 하남 집에서 여주까지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딸·아들뻘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다. 주부로 자녀 둘 키워 대학에 보내자 '전문 지식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으로 100세 시대에 병원 갈 일은 많아질 텐데, 의료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부생리학, 병원 코디네이터, 응급처치 같은 수업을 들어요. 노후에 도움이 될 내용이라 즐겁게 공부합니다." 이수재 학과장은 "고령화로 의료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노후 준비와 취업을 위해 뒤늦게 입학해 공부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 학과 2학년 중엔 회사원, 기술자로 일하다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온 30대 학생 3명이 있다. 같은 학교 간호학과에 올해 학사편입한 김미경(55)씨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기숙사에서 20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한다.

"저도 19학번이랍니다" - 2일 경기도 여주시 여주대에 다니는 박현순(50)씨가 보건행정학 수업 도중 활짝 웃고 있다. 박씨는 올해 3월 이 대학에 19학번으로 입학해 자식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전문대에 이들처럼 나이 많은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다른 일을 하다 실용 기술과 지식을 배우러 전문대에 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 학습 수요가 늘고, 취업난 속에서 실용 기술을 배우려는 성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대생 10명 중 1명은 25세 이상

2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136개 전문대 전체 학생 중 25세 이상 성인 비중이 2016년 9.3%(6만4444명), 2017년 9.7%(6만5623명), 2018년 10.4%(6만8621명)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2019학년도 전체 신입생 17만5210명 중에선 6.3%(1만990명)가 25세 이상이었다. 이 중엔 40세 이상 '만학도'가 5756명으로 가장 많았다.

25세 이상 성인을 별도로 뽑는 '정원 외 만학도·성인 재직자 특별전형' 입학생도 올해 크게 늘었다. 올해 해당 전형 지원자는 7268명으로, 전년보다 21% (1271명)나 늘었고, 실제 등록한 학생은 1740명으로 전년보다 12%(181명) 증가했다. 이 전형 입학자는 2017학년도 1559명, 2018년 1611명으로 증가 추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로 돌아오는 '유턴 입학생'도 적지 않다. 올해 1526명이다. 올해부터 전문대 간호학과(4년제)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3학년으로 편입하는 '학사편입학'을 뽑았는데, 115명이나 됐다.

전문대협의회 측은 "성인 학습자 증가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평생 학습'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기술 급변으로 직장인들도 재교육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5세 이상 성인이 많이 찾는 전문대 학과는 간호학과, 안경광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비교적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전공 분야가 많다.

전문대 입학 경쟁률도 치솟아

전문대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전국 136개 전문대의 올해 총모집 정원은 16만5786명으로 전년보다 1608명 줄었는데, 지원자 수는 153만6237명으로 1년 만에 10만8600명이나 급증했다. 경쟁률은 지난해 8.5대1에서 올해 9.3대1로 높아졌다.

전문대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취업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대와 4년제 일반대 취업률은 2013년 67.9%, 64.8%로 3.1%포인트 차이 났다. 하지만 갈수록 전문대는 취업률이 오르고 일반대는 떨어졌다. 결국 2017년엔 전문대 69.8%, 일반대 62.6%로 차이가 7.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황보은 전문대협의회 사무총장은 "4년제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 정도로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산업 현장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