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한국 증시 폭락을 몰고 온 '도이치뱅크 옵션 쇼크' 사태의 핵심 인물이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데릭 옹(Derek Ong) 전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이 1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고 2일 밝혔다. 사건 발생 9년, 2011년 한국 검찰에 기소된 지 8년 만이다.
옵션 쇼크 사태는 2010년 11월 11일 주식시장 마감 직전인 동시호가 시간대(오후 2시 50분~3시)에 도이치뱅크가 주식 2조4400억원어치를 내다 팔면서 코스피지수가 53.12포인트 하락한 사건이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액 28조8000억원이 10분 만에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1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도이치뱅크 측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파생 상품(풋옵션)을 미리 사두고,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10분 만에 44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한국도이치증권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사전에 모의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라며 기소했다. 금융위원회는 도이치증권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한국거래소는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했다. 거래소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은 옹씨 등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외국인 임원 3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이들은 단 한 번도 국내 사법기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홍콩에서 영국, 호주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국, 호주 등에 공조를 요청했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5년 4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를 걸어둔 상태였다.
옵션 쇼크 사태 이후 한국도이치증권 파생 상품 담당 박모(46) 상무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도이치증권도 1심에서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 무죄 판결로 벌금과 함께 436억9000만원 추징금을 물지 않게 됐다. 검찰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옹씨는 인도네시아 공항에 입국을 시도하다가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한다. 검찰은 "검거 통보를 받은 즉시 긴급인도구속을 인도네시아 측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긴급인도구속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 전 현지에서 신병을 확보해두는 수단으로, 옹은 45일간 구금된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따라 옹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