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히쳐쒀어~ 내가 미이쳐읏어~ 떠떠떠떠떠나 버버버버버려~."

이건 재해석을 넘어선 창조다. 지난주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로 시청자의 마음을 싹쓸이한 지병수(77) 할아버지. 90대 MC 송해를 덩실거리게 할 만큼 애교 섞인 퍼포먼스와 박자감으로 단 5분 만에 전국을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 신드롬에 빠지게 했다.

전국노래자랑으로 전국구 스타가 된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 아래는 자신을 꼭 닮은 바비 인형 시리즈 앞에서 환히 웃는 아이리스 아펠 할머니.

자신을 '종로의 멋쟁이'라고 소개했듯, 패션 감각도 예사롭지 않다. 힙합 가수들이 즐겨 하는 롤렉스 스타일의 '빤딱빤딱' 금시계에 여러 겹의 팔찌 레이어드까지!(그는 실제 힙합 교실도 찾아갔었다.) 명동에서 10년 가까이 옷장사 한 이력답게 요즘 해외 런웨이에서 사랑받는 체크무늬 재킷에 품 큰 바지도 갖춰 입었다. 흐느적거리는 핏(fit)이 춤 선에 볼륨감을 더했다는 평이다. 200만 조회수를 넘은 영상엔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줄 잇고, 손담비와 합동 공연까지 이뤄냈다.

이미 유튜브 스타가 된 박막례(72) 할머니를 비롯해 국내외 어르신들의 도전엔 한계가 없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부터 클린턴까지 백악관 인테리어를 담당한 올해 98세의 디자이너 아이리스 아펠은 인스타그램 개설 5년 만에 120만 팔로어를 보유했다. 85세 때 블로그를 시작한 '꽃할매' 헬렌 루스 윙클(일명 배디윙클)은 컬러풀한 의상 소화력으로 10대를 열광케 했다. 각종 광고 모델이 됐고,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380만명이다. 자신감에 '좋아요'는 덤. '세대 차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건네는 웃음은 위로다. 유머가 경이로 승화된 건 인생 풍파를 겪어낸 사람의 '긍정' 덕분이다. 사업이 기울고,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를 읊는 '할담비' 지병수씨의 어깨춤은 연륜의 미학이자 해탈의 몸짓이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아들은 암으로 먼저 보낸 헬렌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언제나 인생이 즐거운 배디윙클이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67년간 해로한 남편을 떠나보낸 아이리스 아펠은 최근 액세서리 라인을 선보이고,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인 IMG와 계약하는 등 "세상에서 가장 나이 든 '살아 있는 10대'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에 다가서고 있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란 소설 속 문장을 그들은 현실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