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상誌 구시 "유일한 길 사회주의" 시진핑 2013년 1월 발언 게재
미중 무역협상 타결 앞두고 '美 자본주의 굴복 아니다' 메시지 부각
시진핑 사상 전파 앱...1인체제 강화 다급…'마오쩌둥 홍서 현대판 부활'

지난 달 31일 저녁 7시 중국 관영 CCTV 뉴스채널(13번)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첫 기사로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 1일자에 시진핑(習近平)국가주석의 문장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견지와 발전에 관한 몇가지 문제’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앵커는 "중국 특색사회주의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사회 건설과 사회주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길" "역사와 현실은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살릴 수 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켰고, 이는 역사의 결론이고 인민의 선택이다’등 문장의 주요 부분을 또박 또박 읽어내려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물론 시나닷컴과 진르터우탸오 등 민간 미디어도 시 주석의 문장을 톱으로 올렸다. 이 문장은 시 주석이 18차 공산당 대회(18대)에서 중국 1인자인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인 2013년 1월 5일 18대에 처음으로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이 된 인사를 상대로 연 세미나에서 강연한 문장이다.

중국에서는 지도자의 과거 발언을 다시 싣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016년 1월 시 주석이 성부급(省部級, 장차관급) 간부를 상대로 한 강연의 전문(全文)을 5월 10일자에 실은 게 한 사례다. 당시 인민일보는 전문 공개를 통해 시 주석이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를 면피용으로 활용하는 등 신창타이를 오해하는 관리들이 있다고 질타하는 내용이 추가로 공개했다.

중국이 이번에 시 주석의 6년전 발언을 다시 띄우고 나선 건 미중 무역전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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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는 1일자에 시진핑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사진을 나란히 싣고 시 주석이 2013년 1월 행한 사회주의 옹호 발언을 다시 게재했다.

시 주석은 이 문장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이지 무슨 다른 주의가 아니다"며 "중화민족이 가난이 찌들고 약하던 시기 각종 주의가 시도됐지만 자본주의는 통하지 않았고, 사회 다윈주의 개량주의 무정부주의 실용주의 포퓰리즘 등도 모두 중국 앞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 중국 인민을 긴 긴 밤에서 벗어나 신(新)중국을 세우게 했다"는 주장이다.

시 주석은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 중국은 도대체 사회주의를 하는 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면서 자본 사회주의 국가자본주의 신관료자본주의라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모두 틀리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이 시 주석의 사회주의 옹호 발언을 다시 띄우는 배경에 미중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타결이 자칫 미국 자본주의에 양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 주석은 "사실(Facts)은 우리에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기본 모순 분석이 유행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사망하고 사회주의가 필연적으로 승리한다는 역사 유물주의 관점도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님을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옛 소련이 왜 붕괴했는가"라고 자문하고 "소련의 역사, 소련 공산당의 역사, 레닌과 스탈린 등을 부정하고 역사 허무주의에 기대 사상이 혼란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사상의 기치를 버리면 당의 영광스런 역사를 버리는 것"이라고 한 덩샤오핑(鄧小平)의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방중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중국이 선택할 길을 따라 발전할 권리를 존중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미중 무역전쟁에도 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켰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위성연설에서 중국의 이웃나라를 향한 호전적 태도와 함께 국가중심적 경제모델과 자국내 전체주의 수용을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으로 지목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작년 10월 미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필연이라고 생각했던 자유중국(free China)의 탄생은 실패했따"며 "중국은 여전히 모든 형태의 자유(경제·정치·재산권·개인 및 종교의 자유·인권)를 탄압하는 전체주의인데다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라고 비판했다.

류루이(劉瑞)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미중 무역마찰이 최악으로 가는 건 미소 냉전시절 처럼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가는 것"이라며 "이념 전쟁은 유혈만 남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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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 주석 사회주의 옹호 발언를 내세우는 또 다른 배경은 1인 권력체제에 대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중국 공산당은 선거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대신 눈부신 경제발전의 성적표로 인정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이 투표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선거가 없는 중국에서는 경제 안정이 집권기반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6.6% 성장에 그쳐 28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3월말 이전 타결설이 돌았지만, 4월말 6월말 타결설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상 최대규모의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해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로 1인 권력체제를 다진 시진핑의 장기 집권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2월 아이폰 앱스토어 무료 내려받기 순위에서 당 선전부가 시진핑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만든 학습강국 앱이 1위에 올랐다.

중국 공산당이 '쉐시창궈(學習强國·학습강국)'라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보급에 적극 나선 것도 시진핑 집권 기반 강화를 염두해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지난 1월 출시한 공산당 정책 선전용 앱인 쉐시창궈는 중국의 2월 스마트폰 앱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위대한 중국을 배우자'는 의미에서 쉐시창궈로 작명된 이 앱은 주로 시 주석의 사상과 정책을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시 주석 관련 뉴스나 동영상은 물론 시 주석의 연설문과 연설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황쿤밍(黃坤明)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은 이 앱의 출시 당시 "쉐시창궈는 국내 통치, 군사, 외교 등에 대한 모든 시진핑 사상을 집대성한 데이터베이스"라고 말한 바 있다.

9000만명에 이르는 공산당원 뿐 아니라 젊은 층을 겨냥한 ‘시진핑 사상 띄우기’의 일환이다. 앱을 통해 시청한 시간을 기준으로 크레딧을 부여하기도 한다. 중국 인터넷에는 지방정부에서 이 앱을 단체로 시청한 소식을 전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마오쩌둥의 홍서(紅書)가 시진핑 사상을 학습하는 모바일 앱으로 현대적 전환을 했다"고 지적했다. 홍서는 마오쩌둥의 어록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책 표지가 빨간색이어서 홍서로 불린다.

이 앱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도 공산당원이다.

천다오윈 상하이(上海)정법대 교수는 쉐시창궈에 대해 시 주석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산당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 정부의 독재 회귀와 개인숭배를 비판한 쉬장룬(許章潤)칭화(淸華)대 교수가 최근 직무정지 처분을 당하고, 시 주석의 올해 신년사가 저속하다고 비판한 충칭사범(重慶師範)대 탕윈(唐云) 부교수가 면직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건국 70주년과 텐안먼(天安門)사태 30주년을 맞는 올해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