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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생활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 송금, 환전 등이 가능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은행에 갈 일이 줄고 있다. 플라스틱 카드는 스마트폰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프면 치료비를 주던 보험 상품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건강을 관리해 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최근 "2030년까지 전통적 금융회사의 80%가 사업을 접는 등 무의미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체이스는 "우리는 이제 테크놀로지(기술) 기업"이라며 변신을 선언했다.

한국 금융사들도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을 화두로 내걸고 있다.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IT와 금융을 접목해 은행 업무를 대신하거나 고객의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동남아시아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금융사도 늘고 있다.

일상생활을 바꾸는 인공지능(AI) 금융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들은 금융 일상생활의 모습을 하나둘 바꾸고 있다. 예컨대 금융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는 AI 챗봇(채팅 로봇) 서비스는 개인 비서같이 활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버디'는 스마트폰 앱 채팅 창에 "광화문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면 갖고 있는 현대카드로 할인받거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맛집 정보를 보여준다. 고객 위치를 인식해 무료 주차장과 동네 날씨, 미세 먼지 수준 등도 알려준다. 수다스러운 '피오나'와 예의 바른 '헨리' 두 가지 버전인데 "고마워"라고 말하면 "감사하면 현대카드로 맛있는 거 쏘기"라고 애교까지 부리는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의 챗봇은 비서형이다. 비서 '하이'가 고객과 대화하면서 송금, 환전, 세금 납부, 금융 상품 가입 등 업무를 수행한다. 할 수 있는 은행 업무가 25가지다. 하나은행은 최근 아시안뱅커지(誌)가 주관하는 '2019 인터내셔널 리테일 파이낸스 어워드'에서 챗봇 서비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AI가 투자 자문에 응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생겼다. 신한금융은 지난 1월 '신한AI'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투자를 자문하면 사람 대신 AI '네오'가 실시간으로 주가와 글로벌 시장 상황을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맞는 투자 상품을 추천해 줄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기업형으로 확대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대기업, 투자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우선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폰으로 공과금을 낼 수 있는 ‘스타샷’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의 모델인 ‘피겨 여왕’ 김연아가 공과금 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KB스타뱅킹 앱에 올린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채팅으로 카드 발급 심사… 폰으로 外貨 찍으면 환율 알려줘

일반 금융 서비스들은 스마트폰 안으로 모두 들어오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스마트폰 채팅으로 카드 발급 심사를 받거나 카드 이용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콜센터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10분씩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처럼 질문에 답하고 필요한 서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된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폰으로 공과금을 낼 수 있는 '스타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공과금 용지를 촬영해 KB스타뱅킹 앱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공과금 용지를 들고 은행을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허인 은행장은 "올 하반기 중에 대부분 신고·납부 업무를 스타샷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네이버와 손잡고 달러, 유로 등 외화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환율, 예상 환전 금액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엔 인공지능 이미지 분석 기술이 활용됐다.

보험사들도 핀테크를 활용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자동차에 미터기를 설치해 실제로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을 올 하반기 국내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캐럿손해보험'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요즘 주말에만 차를 쓰는 집이 많은데 쓴 만큼만 보험료를 내면 되니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주는 '애니핏' 서비스를 내놨다. 운동량은 스마트폰 삼성헬스 앱으로 체크한다. 포인트로 커피 전문점,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사거나 보험료 결제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