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관정(冠廷)도서관〈사진〉'. 도서관 맨 위층인 8층 열람실 바닥 곳곳에 양동이가 놓였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지역에 내린 비는 16.5㎜로 봄비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서관 천장 여러 곳에서 물이 샜다. 도서관을 찾은 홍모(24)씨는 "8층 외에도 곳곳에서 물이 샌다"며 "누수(漏水) 이외에도 다른 부실 공사로 인한 안전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문을 연 관정도서관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최신 시설로 꼽힌다. 2012년 1970년대 지어진 낡은 도서관을 안타깝게 여긴 이종환(95)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이 600억원을 기부했다. 이에 감동한 교직원·동문·직원 등 700여명이 105억원을 추가로 냈다. 총 705억원 중 690억원이 도서관 공사에 쓰였다. 도서관 이름도 이종환 이사장의 호(號)를 따서 지었다. 한국건축문화 대상 등 여러 건축상도 받았다.
하지만 관정도서관에서는 5년째 누수가 반복되고 있다. 매년 방수 공사를 하는데도 원인을 못 찾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부실 시공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정도서관은 최신 공법이 많이 적용됐다. 기존 도서관 건물과 이어진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연면적 5만7747㎡(약 1만7468평) 규모 대형 건물이었는데 공기(工期)는 약 18개월로 짧은 수준이었다.
당시 도서관 공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공사가 매우 급한 일정으로 진행됐다"며 "이 정도 규모 건축물을 이렇게 단기간에 완공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했다. 당시 공사 관련 기록에도 '관정관 건립 취지와 가장 부합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면서도 최신 공법을 활용해 공사 기간도 단축 가능한 업체를 선정해 협상을 진행했다'고 돼 있다.
개관 후 2년 동안 시공사가 긴급 처리한 하자 보수를 제외하고 확인·신고된 하자만 150건에 달했다. 이 중 누수 하자는 19건이었다. 꼭대기 층인 8층 열람실 외에도 7층 열람실, 5층 행정지원실 화장실, 2층 화장실 천장 듯 곳곳에서 물이 샜다.
누수가 계속될 경우 합선 등 2차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 도서관은 옥상 바닥 일부를 파내고 우레탄과 에폭시 등을 이용한 방수 공사를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누수는 멈추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방향과 강수량에 따라 누수 발생 장소가 수시로 바뀌었다. 학교 측이 당시 공사 업체들에 따졌지만 서로 책임을 돌렸다고 한다.
서울대 도서관 관계자는 "누수는 학생들의 공부에도 큰 지장을 미치는 만큼 도서관에서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당장은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수시로 보수 공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