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클럽 '아레나'는 경찰·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 '빅뱅' 출신 이승현(29·예명 승리)씨의 성매매 알선, 공무원 유착 의혹 때문이다. 이 중 핵심은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이다. 하지만 본격 조사를 앞두고 아레나 임직원들이 인건비 지급 내용을 조작하는 등 수사에 대비한 정황이 22일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아레나 운영진은 직원들을 사무실로 소집했다. 운영진은 직원들에게 '봉사료 지급 대장'이라는 문서를 나눠주며 서명하게 했다. 봉사료 지급 날짜와 금액이 비어 있는 백지(白紙) 명세서였다. 봉사료는 클럽이 지급하는 인건비다. 한 참석자는 "지금 일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예전에 일하다 관둔 사람, 아르바이트생, DJ까지 불러 몇 달치를 서명하게 했다"며 "16일 전후 일주일간 직원 200~300명이 사무실을 드나들며 서명했다"고 했다.

직원들은 서명하면서도 "문제가 되면 강 회장이 책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강 회장은 경찰·국세청이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한 강모(46)씨다.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 10여 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클럽 측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수사에 대비해 회계 서류를 준비하려는 의도로 봤다. 한 회계사는 "인건비 등 비용을 부풀려 세금을 줄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아레나는 클럽 안에 다른 술집 명의의 신용카드 단말기 여러 대를 설치해 놓고, 클럽 매출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탈세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아레나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으로 꼽혔다. '버닝썬' 등 후발 주자들이 영업 모델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자가 회계 서류를 제보해 2018년 국세청에서 세금 260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로 아레나 전·현직 대표 6명을 고발했지만 실소유자로 알려진 강씨는 고발하지 않았다. 경찰은 강씨를 실소유주로 보고 지난해 말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국세청은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 20일에야 강씨를 조세 포탈, 명의 위장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같은 날 강씨에 대해 600억원 규모 탈세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는 강씨가 실소유주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최근 아레나 대표들이 '나는 이름만 빌려줬다'고 진술해 고발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강남 유흥업계의 큰손인 강씨와 세무 당국이 유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편 강씨 측근들은 다음 달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새 클럽을 열 예정이다. 등기부등본상 클럽 대표는 박모(35)씨다. 그는 강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M클럽의 직원이다. 실제 클럽 개장은 김모(32)씨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나에서 월급 지급, 수금 등 자금 관리를 맡은 강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강씨가 구속되더라도 측근들을 앞세워 서울 강남 일대 클럽을 관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씨는 아레나 직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이 '아레나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ㄱ○○'으로 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새 클럽 이름을 정하는 투표도 이 방에서 이뤄졌다. 한 관계자는 "함께 일하는 김씨 친동생이 '클럽 개업을 앞두고 경찰들한테 정보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