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명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27)가 자신이 '젠더 논바이너리'(gender non-binary)라고 커밍아웃했다. ‘젠더 논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 정체성으로 포함되지 않는 제3의 성을 일컫는 말이다. ‘젠더 퀴어’라고도 한다.

영국 가수 샘 스미스가 지난해 10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미국 NBC 등에 따르면 스미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영국 출신 모델 겸 배우 자밀라 자밀의 인스타그램 인터뷰 '아이웨이'(I WEIGH)에 출연, 자신을 '젠더 논바이너리'라고 밝혔다.

스미스의 커밍아웃은 자밀이 진행하는 인스타그램 인터뷰 취지와 관련돼 있다. 자밀은 사회에서 정한 몸무게나 기준 등으로 개인이 평가받는 풍조에 반발하는 운동인 '아이웨이'를 처음 시작했다. '아이웨이 인터뷰’는 이처럼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미스는 이 인터뷰의 첫 게스트였다.

영국 출신 모델 겸 배우 자밀라 자밀의 인스타그램 인터뷰 '아이웨이'(I WEIGH)에 출연한 샘 스미스

스미스는 진정한 자신을 깨닫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젠더 논바이너리'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내 몸과 마음에선 항상 전쟁이 일어났다. 경우에 따라 내 머리는 나를 여성으로, 때로는 남성으로 인식했다. 가끔 '내가 성 전환을 원하나'라고 자문하기도 했다"며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에 떠있다고 생각한다"(I'm not male or female. I think I float somewhere in between)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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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논바이너리'와 '젠더퀴어'라는 단어를 듣고서 '젠장, 이건 나군'이라고 생각했다"며 "논 바이너리는 자신을 남성·여성으로 뚜렷이 정체화하지 않는다. 논바이너리에게는 성중립적인 단어인 '그들'(they)이 어울린다"고 했다.

스미스는 10세 때 게이로 커밍아웃했으며, 16세 때는 화장을 하고 남자옷을 입지 않고 학교에 갔다고 털어놨다. 12세 무렵엔 자신의 몸에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이 많아 가슴 지방 흡입술을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가 자신을 논바이너리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과거 인터뷰에서 논 바이너리 성향으로 추정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2017년 10월 영국 매체 '더선데이타임스'에 "이런 현상을 어떤 용어로 정의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때로는 남성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또 어떤 때는 여성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영국 퀸즈 대학의 리 에어턴 교수는 NBC에 "논바이너리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제 ‘발견’된 것일 뿐"이라며 "논바이너리는 우리 일터에,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논바이너리'를 하나의 성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관공서 문서 성별란에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제3의 성’을 뜻하는 성 중립 선택지가 생겼다. 이를 선택하면 법적으로 논바이너리 성소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워싱턴주 등 미국 8개 주는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에 성중립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등에서는 성중립 출생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공립고등학교 입학원서에 필수로 들어가 있던 '성별 표기란'이 점차 폐지되고 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교육위원회가 성별 표시란을 폐지한 데 이어, 가나가와현과 구마모토현 등 광역 지자체 14곳도 2020년부터 성별 표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