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총기 테러 사건 직후 "총기법을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술한 총기 규제가 테러의 한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런트는 범행 당시 반자동 소총 2정과 산탄총 2정 등 총 5정의 총기를 사용했는데, 5정 모두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질랜드 총기법에 따르면 16세가 넘으면 누구나 권총 소지를 위한 총기 자격증을 딸 수 있다. 18세가 되면 대량 살상에 이용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을 구입·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구입한 총기를 경찰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민간이 보유한 총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총기 관련 단체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현재 뉴질랜드에는 120만~150만정의 총기가 민간에 퍼져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460만명)의 4명 중 1명이 총기를 가진 셈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살인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국민 소득과 복지 수준은 높고 범죄는 적어 '지상 낙원' '평화의 나라'로 불렸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많은 총기를 허용하고 있는 걸까. 뉴욕타임스(NYT)는 "뉴질랜드 식민지 개척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19세기 초반부터 뉴질랜드를 무역·포경산업의 전초기지로 개척했다. 백인 이주민과 무역업자, 포경 선단들은 머스킷 총으로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죽이고 영토를 강탈하며 개척지를 늘려 갔다. 마오리족도 유럽 무역상에게 머스킷 총을 사들여 이에 맞섰다. 자연스레 뉴질랜드 사람들에겐 '총기는 생명·재산을 지키는 자위 수단이자 권리'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현재도 전원 지역 주민들은 "야생동물이 집이나 목장에 침입하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총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NYT는 "뉴질랜드가 총기 규제를 둘러싼 정쟁(政爭)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총기 단체들은 "규제 강화라는 정부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까지 수용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