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트리플 프런티어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들의 돈을 훔치는 영화는 엇비슷하다. 멋진 척하는 인물들이 나와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 뒤 우여곡절을 거쳐 시원하게 한탕에 성공한다. 그 과정의 쾌감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제작한 '트리플 프런티어'는 정반대다. 때로는 돈을 훔치는 것보다 돈을 훔친 다음이 더 힘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전직 미군 특수부대원 산티아고(오스카 아이작)는 멕시코 경찰에 고용된 용병이다. 마약조직 소탕작전에 투입됐다가 우연히 큰 건수 하나를 물게 된다. 마약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이른바 '마약왕'이 자신의 전 재산과 함께 정글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때 혈맹이나 다름없던 전우들을 모아 "마약왕을 죽여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그의 돈도 빼앗아 우리에게도 좋은 일을 하자"고 꼬드긴다. 역전의 용사였지만 전역 후 삶은 별 볼일 없던 산티아고와 전우들은 금세 의기투합한다.

영화가 절반도 지나기 전에 이들은 돈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전체를 적으로 돌린 이 전직 군인들의 험난한 탈출기야말로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화려한 총격 액션보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갱단의 살벌한 추격전이 주는 서스펜스에 더 방점을 찍은 연출력, 돈과 목숨 앞에서 전우애마저 내팽개치며 무너져 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수준급이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은 종종 'A급 배우를 데려다가 B급 영화를 찍는다'고 놀림 받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선 벤 애플렉, 오스카 아이작 등 톱스타의 존재감과 이야기 사이의 균형이 팽팽하다.

클래식 | LA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 세계 영화 팬들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연주한 이들은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자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8), 그리고 그가 이끄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다. ‘LA 필 창단 100주년’과 ‘두다멜 취임 10주년’을 동시에 맞아 두다멜과 LA 필이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4년 전 내한 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6번으로 찬사를 받았던 이들은 이번에도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으로 무장해 말러 전문가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32)도 가세한다.

뮤지컬 | 영웅

‘스테디셀러’에는 이유가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은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그리는 이 뮤지컬은 그러나 위인의 명성에만 기대지 않는다. 서른 살 청년이 중국 하얼빈역에서 민족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사형대에 서는 과정을 탄탄한 줄거리와 속도감 있는 연출로 꽉 채운다. 올해는 이전 공연에 비해 서사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인물들의 선명도도 한층 뚜렷해진 인상.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온 정성화가 유감 없이 발휘하는 내공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공연은 4월 21일까지.

콘서트 | 잔나비 밴드

“힙한 거, 쿨한 거 싫다”면서 가장 힙하고 쿨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남자 다섯이 있다. 뻔하지 않은 멜로디 구성과 악기 조합으로 인디계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칠해가고 있는 빈티지 밴드 잔나비가 콘서트를 연다. 단정하면서도 톡톡 튀는 가사와 보컬 최정훈의 허스키한 음색, 개성 있는 창법이 만나 순수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만든다.

1992년생 동갑내기들이 모인 밴드지만 멤버 모두가 산울림, 비틀스 등 옛날 밴드의 열렬한 팬임을 자부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3년 만에 내놓은 신보 ‘전설’에 실린 곡들을 투박하지만 정감 있게 들려줄 예정이다. 16~17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전시회 | HOME

그때 그 집을 샀어야 했는데. 간혹 후회하고, 자주 그리워하게 되는 인간의 영원한 주제 집. 그 집을 다룬 사진전 ‘HOME’이 서울 후지 필름 X갤러리,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5월 8일까지 동시 개최된다. 1947년 창립된 사진 그룹 ‘매그넘 포토스’ 작가 16인의 사진 186점, 영상 20점, 사진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출신 작가 엘리엇 어윗(91)이 뉴욕의 거실 소파에 강아지와 나란히 앉은 사진은 집이 주는 포근함 그 자체와 가깝다. 전시를 위해 최근 방한한 영국의 마크 파워(60)가 처음 가족을 떠나 런던으로 향하는 대학생 딸을 찍은 사진은 분명 컬러지만 흑백처럼 느껴진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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