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수 정준영(30)씨의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관련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인 12일 정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정씨가 올린 성관계 영상을 본 유명 남성 밴드 소속 최모(29)씨, 유명 여성 가수의 오빠 권모씨 등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방송 촬영 중이던 정씨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씨는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씨는 자신의 소속사를 통해 이날 오전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정씨 측과 소환 조사 날짜를 조율 중이다.
경찰은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10개월간 정씨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영상과 사진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기에는 정씨가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3초 분량의 영상, 정씨가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의 신체 부위를 찍은 영상과 사진, 잠든 여성을 몰래 찍은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이 분석 중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선 정씨가 참여자들과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는 이날 2016년 1월 정씨가 "온라인에서 다 같이 여성을 만나서 스트립바 가서 차에서 성폭행하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박모씨는 "그건 현실에서도 하잖아"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 대화방에 올린 불법 촬영 영상과 사진이 많아 분석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이 살펴보는 단체 대화방에는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이승현(29·예명 승리)씨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씨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 접대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를 나눈 단체 대화방과는 다른 대화방이지만 구성원들이 대부분 겹친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화방에 참여한 일부 인사는 현재는 참고인으로 조사받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피의자 범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체 대화방의 출처도 확인하고 있다. 4년 전인 2015년에 나눈 대화 내용이 올해 외부에 알려진 과정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씨는 2016년 당시 여자 친구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정씨는 당시 경찰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했다가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고장이 나 내용을 복구한 뒤 제출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당시 정씨는 한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 복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 업체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카카오톡 대화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 원본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방모 변호사는 "원본은 국민권익위에, 경찰에는 사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본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화 내용 입수 과정에 불법성이 있을 수 있어 자료 유출 경로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대화 유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포렌식 업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단체 대화방 참가자 일부가 불법 촬영 동영상을 내려받아 다른 사람에게 유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부터 소셜미디어에는 인기 여성 연예인 10여명의 실명(實名)이 적힌 사설 정보지가 '정준영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유명 걸 그룹 소속 가수, 배우, 모델 등이 명단에 올랐다. 경찰은 정씨가 촬영한 영상에 한 여성 그룹 멤버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다만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여성은 아직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