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KIA와 SK의 연습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 비가 내리고 있는 모습. 결국 우천 취소됐다.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 프로야구 구단들은 요즘 현지 기상청 예보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 일과가 됐다. 오키나와에 사흘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리면서 연습 경기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훈련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1일부터 오키나와에 스프링 캠프를 차린 KIA는 13차례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이미 5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시즌 전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 한 감독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KIA 김기태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오키나와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은 선수단 휴식일엔 비가 오고, 연습 경기 당일에는 해가 쨍쨍 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키나와는 한국과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로 가깝다. 시차가 없고, 평균 기온 2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 덕분에 국내 야구단의 전지훈련지로 매년 사랑받는 곳이다. 한국 팀과 일본 팀이 수시로 연습 경기를 가지면서 '오키나와 리그'란 말도 생겼다.

단골손님에 대한 대접도 극진하다. 지난 2005년부터 삼성이 숙소로 이용하는 온나 리전시파크호텔은 아예 한국인 셰프를 고용해 김치·나물·장조림 등 반찬을 제공한다. 점심때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야구장으로 케이터링(식음료 출장 서비스)도 해준다.

하지만 오키나와가 '훈련의 천국'은 아니다. 바람이 거센 데다 가끔 태풍이 오키나와를 휘젓곤 한다. 올해는 전례 없이 비가 심술꾼 역할을 자처했다.

일부 구단이 오키나와 대신 미국 등 다른 곳에 캠프를 차리는 이유 중 하나도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오키나와에 터전을 잡은 구단으로선 대안이 별로 없다. 야구 하기 좋은 환경을 지닌 곳엔 이미 다른 구단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오키나와가 스프링 캠프로 워낙 인기가 좋아 한 번 자리를 내주면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아 대부분 장기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날씨와 관계없이 '언제나 맑음'을 유지하는 것은 오키나와현이다. 최근 조사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야구단 스프링 캠프 유치로 오키나와가 연(年) 109억5000만엔(약 1100억원)의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스프링 캠프장을 찾은 관광객도 약 35만명에 이른다. 야구단 대접이 극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