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현지 시각) 미국 CNN 뉴스 '쿠오모 프라임타임'을 진행하는 크리스 쿠오모 앵커가 뭔가 이상했다. 이마에 시커먼 검댕이 묻었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스레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출연자 몇몇의 이마에도 쿠오모와 비슷한 검댕이 묻어 있었다.

이들이 부주의했던 게 아니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종교의식을 하고 나온 것이다.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되는 첫째 날이다. 사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부활절 직전 40일 동안 교인들이 예수의 고난과 고통을 상기하며 금식(禁食)에 들어가는 기간이다. '재의 수요일'이 되면 일부 기독교인은 종려나무 가지나 올리브나무 가지를 태우고 남은 잿가루로 이마에 십자가나 점을 찍은 채 하루를 보낸다. 과거 기독교 신도들이 이마에 잿가루로 십자가를 그리거나 머리에 뿌리던 관습을 11세기 교황이었던 어반 2세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종교의식으로 지정하면서 전통이 됐다.

신자들은 교회에 가서 이마에 종려나무 가지나 올리브나무 가지를 태우고 남은 잿가루를 바르며 '사람은 흙에서 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고 고백한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감리교·장로교 등 개신교, 성공회, 침례교 등에서 이러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성경에 '예수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그를 다윗의 아들(메시아의 다른 명칭)로 환영했다'는 구절에서 연유한다. 기독교에서 종려나무는 '(신의) 영광' '기쁨과 승리' 등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