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클럽 82.4% 유흥주점 아닌 '일반음식점'
유흥주점 영업허가 어렵고 '세금'도 더 내야
"현장적발 어렵다"며 손 놓은 관할 지자체
유명무실 '조항'…"제도 손 볼 필요도"

서울에서 영업 중인 클럽 5곳 중 4곳이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서울시 내 클럽 7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61곳(82.4%)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으로 신고한 상태였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분류 내역을 토대로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자료, 건축물대장을 참조해 분석한 결과다. 현재 영업 중인 곳만 조사 대상으로 했다.

서울 마포구 한 클럽의 공식 홍보 영상 속 모습. 이 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있다.

휴게음식점은 음식만, 일반음식점은 술을 판매할 수 있지만, 업장에서 노래·춤이 가능하려면 ‘유흥 주점’으로 신고해야 한다.

◇클럽 '일반음식점 편법 운영' 선호... "유흥주점은 세무 집중 관리 대상"
지난 6일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홍대 클럽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탈세(脫稅)' 논란이 일었다.

유흥주점 대신 ‘일반 음식점’ 등록을 하는 것은 ‘세금과 감시’ 두가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유흥주점은 일단 ‘영업허가’를 받는 것부터 까다롭다. 유흥주점은 도시계획법상 ‘상업지역’이어야 하고, 학교 출입문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m 내에 위치할 경우, 교육 당국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일부 지자체에선 주거지역과 최대 400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한다. 방화시설 규정도 엄격하다.

유흥주점 사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사업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또 위장사업자(바지사장)일 경우가 많은 탓에 공무원들의 현장 실사(實査)도 받는다.

‘돈’을 따져봐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음식점은 요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지만, 유흥주점은 여기에 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가 추가된다. 유흥주점은 중(重)과세 대상이라 취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별도의 세금 부담도 크다.

유효종 세무사는 "일반음식점은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유흥주점보다 세무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효과가 있다"며 "일부에서 주로 현금을 받아 매출에서 누락하는 방식을 주로 쓰는데, 감시가 꼼꼼하면 당연히 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국세청이 서울 강남의 힙합 바 ‘몽키뮤지엄’에 관해 내사에 착수한 것도 영업 허위 신고 문제다. 몽키뮤지엄은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지난 1월까지 공동대표로 있었던 유리홀딩스 소유였고, 승리가 직접 운영했던 곳이다. 이 바엔 2016년 개업 때부터 손님이 술을 마시며 춤추는 공간이 있었지만 ‘소매점’으로 신고했다. 몽키뮤지엄은 이런 변칙 영업으로 2016년 12월에 적발돼 1개월간 영업이 정지됐다. 국세청은 "세금을 축소하려고 업종을 바꿔 신고한 것은 아닌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클럽과 차이 없는 서울 강남의 힙합 바 몽키뮤지엄의 홍보 사진

◇지자체, 인력 부족·기준 모호…"단속 어렵다"
관할 지자체와 세무당국은 '알고도, 모르고도' 속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 두번 단속을 나가는데 현장에서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야만 잡을 수 있어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홍대 클럽이 있는 마포구는 2015년 아예 클럽을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다. 유흥주점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객장 내에서 춤을 허용하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할 수 있어 현재 41개에 업장이 이렇게 운용되고 있다.

단, 조례에는 따로 ‘무대 설치를 해서는 안 되고 테이블이나 의자와 통로 등에서만 춤을 출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15곳이 업장 내 춤 공간이나 무대를 따로 설치한 사진을 ‘홍보용’으로 버젓이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소유주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라는 의혹을 받는 홍대 클럽 ‘러브시그널’이 대표적이다. 마포구 조례 덕분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된 이곳은 객석과 분리된 무대가 있다. 힙합 바 몽키뮤지엄의 사례처럼 탈세를 위해 거짓 영업신고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 관계자는 "클럽 내 춤추는 ‘무대’라는 것도 기준이 모호해 봉 몇개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버닝썬에 놀란 강남구 "단속 강화"…제도 개선 목소리도
버닝썬 문제로 곤란을 겪은 강남구도 일단 '단속 강화' 계획을 밝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어떻게든 단속을 하려고 민간인까지 동행해 시찰을 나갔지만, 현장 검거가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나 강남경찰서 등과 협조해 제대로 단속을 해보려 한다"고 했다.

제도를 손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지역에서 클럽을 2년 남짓 운영했던 이모(31)씨는 "대형 클럽이거나, 클럽 내부에서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영업신고가 문제 될 일이 있겠느냐"며 "제도가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으면 차라리 규정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일반음식점으로 위장된 곳을 당국이 한정된 인원으로 다 감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미시적 접근이 아니라 전체 전산 조사 등 기저(基底)조사를 확실히 해서 처벌하는 사례를 만드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