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6일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후 349일 만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항소심에서 (최대 한도인) 3회 갱신돼 4월 8일 구속기간이 만료된다"며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우리 재판부가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해도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종전 재판부가 증인 신문을 마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4월 8일 전까지 충실하게 심리하고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이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조건을 내걸 수 없는 '자유로운 석방'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조건을 정할 수 없으니 보석 석방을 하면 구속영장의 효력이 계속 유지된다"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된 점을 고려할 때 주거 및 외출 제한과 접견, 통신을 금지한다는 조건 하에 보석을 허가하는 게 형사소송법 원칙과 절차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번 보석은 '임시 석방'으로 구속영장 효력이 유지된다. 조건을 어기면 다시 구금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건을 매우 엄격하게 달았다. 보석 보증금으로 10억과 주거 외출, 통신 금지 등을 제시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시간을 갖고 변호인과 상의해 보석 조건을 받아들일지 결정해 달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과 상의 후 "받이들겠다"고 하자, 재판부는 "충분히 상의한 것 맞나, 숙지한 건가" 재차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숙지했습니다"라고 답한 뒤, "이행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구속 이전부터도 오해 소지가 있을 일은 하지 않았다. 철저히 공사를 구분한다" "그런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보석 결정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 만기일을 앞두고 있다며 '석방 가능성'을 저울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불법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징역 2년형이 확정 돼 이 전 대통령처럼 보석 석방이 될 가능성은 없다. 보석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아직 항소심 판단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