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권기태 지음|다산책방|456쪽|1만4800원
우주인이 되려는 꿈을 좇아 일상의 중력을 벗어던진 사람들의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2006년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가 나자 실제로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도전자들이 등장했다. 그 현장을 취재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우주인 지망생들의 경쟁과 우정을 간결한 문체와 극적(劇的) 묘사로 형상화했다.
소설 도입부는 작가의 고백이 담긴 주인공의 언어로 꾸며졌다. "눈을 들어 그 밤의 오묘함과 끝없음에 몰입하노라면 내가 방금 거쳐온 하루치의 맹렬한 인생이 저 작디작은 별빛처럼 그저 낟알 위에서 이뤄졌다는 깨달음에 감싸인다. 수천 개의 나라가 생기고 없어진 수천 년의 역사가 그저 티끌 위에서 지나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종일 내 속에서 생겨난 부질없는 불안감이나 사소한 실망마저도 저 무궁한 칠흑 속으로 천천히 띄워버리는 상쾌한 대범함에 차츰차츰 젖어드는 것이다."
우주를 향한 상상력의 망원경과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 의식의 현미경이 교차하는 소설이다. 인생 잠언(箴言)이 곳곳에서 빛난다. "우주에 이렇게 단순하고 우아한 비밀이 있다니. 고양이도, 기린도, 태평양이나 북극해도, 목성의 달이나 토성의 고리도, 무슨 성운이며 은하까지도 겨우 저 원자들로만 만들어졌다니"라거나 "삶은 큰 것만을 올려다보는 사람을 속이지만 작게 오므라들려는 사람의 등을 두드려주지요"라는 것. 이 소설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들의 위대한 이야기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라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