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일인 28일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1·2 차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특히 김현종(60)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후임으로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신임 2차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을 주로 다뤄온 통상 전문가다. 청와대가 이 같은 '파격 인사'를 한 것은 대북(對北) 제재 완화 이후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 아니었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김 2차장에게 문 대통령의 남북 및 동북아 경제 협력 구상을 지휘토록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頂上) 간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계획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너무 앞서나간 인사였다는 얘기다.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민간인으론 처음으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한·미 FTA 협상을 지휘했다. 한·미 FTA 타결 이후 유엔 대사,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월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이끌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퇴임한 이후 중국 단둥에서 개인 병원을 약 1년간 운영했다. 서울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석사,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차장은 이번 정부 들어 남북 경협 및 중·러 등 북방 국가와의 경제 협력 사업 검토 업무도 함께 해왔다. 그는 2010년 낸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남북 간 경협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다며 '남북 FTA' 추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 출신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육사 36기로 육군본부 참모차장, 합참 합동참모차장 등을 지냈다. 유명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행시 35회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신비서관, 산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등을 지냈다. 현 정부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 본부장은 남편이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다. 그는 작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편이 야당 의원이라는 이유로) 유 본부장이 그만두려 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남편과 부인은 별도 독립된 인격체인 만큼 (인사는) 중립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