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선조들이 ‘한글보급운동’ 하셨듯,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서체(書體)보급운동’을 기획했어요."

글꼴 디자인 기업 ‘윤디자인’은 지난 2013년 4개의 서체 개발에 착수한다. 3·1 운동 100주년에 맞춰 내놓을 우리 만의 글씨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윤디자인 편석훈(58)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1919년 상해에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행한 기관지 ‘독립신문’이었다. 1896년 서재필이 창간한 동명(同名)의 민영 일간지 ‘독립신문’과는 다른 것이다. 편 대표를 비롯한 글꼴 디자이너 10명은 ‘독립신문’의 한글 제호 네 글자를 복원·분석한 후, 자음과 모음, 기호를 한땀 한땀 만들어갔다. 그렇게 6년이 걸려 지난 2월 한글과 영어, 숫자, 특수문자 등 새 글꼴이 세상에 나왔다. 4가지를 만들어 ‘대한체’ ‘민국체’ ‘독립체’ ‘만세체’라고 이름 붙였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툭툭’ 사무실에서 ‘윤디자인’의 유진웅 홍보팀장(왼쪽)과 ‘툭툭’의 황헌 회장이 ‘대한민국 독립 만세’ 4종의 글꼴이 적힌 판넬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디자인이 만든 이 글자꼴 사용권을 앱(APP) 개발업체 ‘툭툭’이 샀다. 툭툭은 3·1절을 맞아 서체를 무료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툭툭의 황헌(60) 회장은 "민족의 얼이 담긴 글씨체를 대중에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글꼴 배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자체를 컴퓨터에 다운 받아 설치하면, 한글이나 MS워드 프로그램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대한체’와 ‘민국체’는 한글 등 문서 편집 프로그램에서 쓰는 명조체와 고딕체의 디자인을 변형한 것으로 일상의 문서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

4가지 서체는 저마다 느낌이 다르다. 왼쪽 위부터 대한체, 민국체, 독립체, 만세체.

독립신문 글꼴을 복원한 ‘독립체’는 한글과 영어·숫자·특수문자 등을 포함해 모두 2794개 글자로 만들어졌다. 윤디자인 측은 "붓글씨에서 느껴지는 힘찬 느낌을 나타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민중들의 글씨인 민체(民體) 스타일로 만든 ‘만세체’는 "억압에 항거하고 자유를 외쳤던 정신을 나타내기 위해, 정형화된 활자가 아니라 자유분방한 느낌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대한체가 요즘 인기있는 세련된 셰리프체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민국체는 단정한 게 특징이다. 독립체는 결기가 있고, 만세체는 소박하고 경쾌하다.

이 글꼴을 대중에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한 건 MBC 기자 출신인 황헌 회장이다. 황 회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일보가 주축이 돼 실시한 ‘문자보급운동’이 민족의 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우리 국민의 처절한 쟁투였다면,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엔 그 정신이 담긴 글꼴을 대중에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툭툭은 현재 개발 중인 앱 서비스에 들어갈 글꼴을 윤디자인에 의뢰했고, 이중 ‘대한’ ‘민국’ ‘독립’ ‘만세’ 글꼴만 따로 빼 대중에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황 회장은 "한글이 우리 민족 자체를 상징한다면, 서체는 그 정신을 보여준다"며 "이 글씨체를 쓰면서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료 글꼴 내려받는 방법
무료 글꼴을 내려받고 싶다면, 인터넷 '툭툭'을 검색한 후, 홈페이지에서 페이지에 접속하면 된다. '대한체' '민국체' '독립체' '만세체'를 모두 내려받거나, 원하는 서체만 골라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운영체제에 따라 '윈도우용'과 '맥용'을 선택하면 된다. 글꼴을 내려받은 뒤 설치를 마치면 문서편집, 동영상편집, 그래픽편집 프로그램에 내려받은 서체가 자동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를테면 한글 문서 작업을 할 때 글꼴(서체)를 클릭하면, 사용할 수 있는 글자체 '셰리프체, 고딕체, 민국체, 만세체' 식으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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