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농업·임업·어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보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2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상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의 민관 합동 위원회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에 의뢰해 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찬반 여론이 오차 범위 내로 비슷했다"면서 기본적인 설문 조사 내용만 공개했다. 철거가 결정된 공주보 인근 주민 등은 "정작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완전히 묵살됐다"고 반발하고 있어, 주민들과 정부 간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작 농민 여론조사는 공개하지 않아
26일 본지가 입수한 '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수계의 농림어업 종사자는 50.8%가 '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9%에 그쳤다. '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14%포인트나 크게 앞섰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통계 대신 농업 등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주민까지 모두 포함한 '수계 지역 주민'의 설문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그 통계에서는 '보가 필요하다'는 42.2%로 뚝 떨어지고, '필요 없다'는 37.8%로 다소 높아진다. 보고서는 조사평가위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 기관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일반 국민 1000명, 금강·영산강 수계 주민 각각 250명씩 500명, 5개 보 지역 주민 100명씩 500명 등 총 2000명이다.
일반 국민 대상 조사에서도 농림어업 종사자들은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크게 높았다. 일반 국민 전체 조사의 경우 '보가 필요하다'가 44.3%, '필요 없다'는 36.9%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 중 농림어업 종사자만 떼어내면 '보가 필요하다'가 60.1%, '필요 없다'가 26%였다. 정부는 이 통계도 공개하지 않았다.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 응답과 농림어업 종사자를 따로 조사한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조사 대상과 오차 범위를 고려할 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라며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공주보 주민들 "지역 여론 재조사하라"
금강 공주보 지역 주민들은 26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사업소 앞에서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공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40여개 회원과 충남 지역 농민 등 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공주보와 주변 도로변에는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 농민 다 죽인다' '물 없는 관광 도시는 코미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최창석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주보가 '필요하다'가 51%, '필요 없다'가 29%로 나왔다"면서 "이런데도 민심을 무시하고 공주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윤응진 평목리 이장은 "정부의 경제성 조사 발표를 보면 향후 40년간 공주보 철거 이익이 유지 때보다 불과 92억원 더 많은데, 이는 연평균 2억 5000만원에 불과한 액수"라며 "가뭄 위기에 금강변 농·축산인들에게 물을 공급해주는 공주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 투쟁위원은 "공주보를 파괴하면 (나도) 같이 죽겠다"고도 했다. 투쟁위는 지역 주민 여론조사 재실시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