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를 함께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던 장애인 모자(母子)가 택시에 치여 어머니가 숨지고 아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체 장애 아들은 자정 무렵 퇴근하는 청각 장애 어머니를 무릎에 앉히고 휠체어를 끌고 있었다.

26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0시 10분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와치복지관 앞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운전기사 문모(56)씨가 역주행하던 전동휠체어와 부딪혔다. 전동휠체어에는 지체 장애 5급인 손모(44)씨와 청각 장애 4급인 손씨의 어머니 이모(67)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사고로 의식을 잃은 어머니 이씨는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이날 오전 10시 8분 숨졌다. 아들 손씨는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인근 헬스장에서 청소일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어머니 이씨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아들 손씨가 마중 나가 휠체어에 태우고 집으로 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가 일하는 헬스장은 사고 현장에서 200여m 떨어져 있다. 모자가 사는 영구 임대아파트는 현장에서 산 쪽으로 200m쯤 더 올라가야 한다.

현행법상 전동휠체어는 보행자에 해당해 인도로만 다니도록 돼 있다. 경찰은 "울퉁불퉁한 인도로 가다 보면 중간에 전동휠체어 바퀴가 끼는 등 운행이 어려워 손씨가 차로를 이용했다고 진술했다"며 "또 제 차선을 이용하면 속도가 느린 휠체어 탓에 뒤쪽 차량이 밀릴 수 있어 반대 방향 도로로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도구와 경찰 등에 따르면 장애인 모자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 아들은 2014년쯤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다쳐 지체 장애 5급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는 청각 장애 4급이었다. 지체 장애 3급인 아버지는 2016년 숨졌다.

동삼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 동네에는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데 인도는 장애인이 다니기 어려워 안타까운 사고가 많이 난다"며 "제도적으로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