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마을이나 관광객이 드문 소도시를 천천히 머물 듯 여행하는 여행패턴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도시가 주는 풍요로움을 잠시만 포기하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길이 보인다. 정신없는 관광객 무리에 휩싸이는 대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식은 어떨까?

반 고흐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은 남프랑스.

D 1-2 마르세유-엑상 프로방스

모든 여행은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여행에 ‘발견’의 재미를 더하면, 추억이 몇 배나 단단해진다. 프랑스(France) 제2의 도시이자 2,600년의 역사가 깃든 항구도시 마르세유(Marseillie)는 대표적인 발견의 메카다. 좁은 골목, 수많은 예술작품, 도시를 감싸는 은은한 햇살과 경쾌한 에너지까지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르세유 랜드마크는 19세기 신 비잔틴 양식에 영향을 받은 대성당(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Notre Dame de la Garde)이다. 일반적인 프랑스 건축양식과 달리 상단부분에 거대한 돔과 줄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오로지 마르세유에서만 볼 수 있다. 대성당 꼭대기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금빛 성모 마리아 상이 눈길을 끈다.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햇살에 반사돼 투명하게 부서지는 녹색 분수와 오래된 나무, 다양한 건축물까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우아하다.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그라네 미술관(Musee Granet)은 폴 세잔 등 주로 14~16세기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그림, 조각, 로마시대 미술품까지 무려 1만 2천여 점의 방대한 작품을 보유한 만큼, 여유 있는 관람은 필수다. 미술관 근처 미라보 거리(Cours Mirabeau)는 17~18세기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건축물과 분수, 카페 등이 즐비해 티타임을 겸한 휴식이 가능하다.

D 3-4 아를-카르카손-아비뇽

아를(Arles)은 반 고흐가 사랑했던 마을로 고흐의 열성적인 팬들이 줄기차게 방문한다. 고흐가 남긴 여러 작품의 흔적을 좇아 마을 곳곳을 탐험하는 것. 실제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인 고흐 카페는 130년 전과 똑같은 노란색 천막과 의자들을 갖추고 여전히 성업 중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세도시 카르카손(Carcassonne)도 흥미롭다. 12세기 말 건립된 카르카손에는 52개의 탑과 견고한 이중 성벽,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와 운하, 주변 수도원과 포도밭까지 중후한 볼거리들이 넘친다.

아비뇽(Avignon)은 11세기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를 잇는 상업 요충지였으며 역사와 문화까지 간직한 전형적인 중세도시다. 당시 건설된 성벽부터 최고의 고딕 양식이라 일컫는 아비뇽 교황청(Palais des papes d’Avignon), 베네제 목사가 일생을 바친 아비뇽 다리(생 베네제교 Pont Saint Benezet) 등이 인기다. 현재 아비뇽 다리는 끊긴 상태로 3개의 아치만이 남아있다. 다리 끝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비뇽 시내와 외곽을 둘러싼 성벽이 펼쳐지는데 조금은 쓸쓸한 운치다.

D 5-8 레보드 프로방스-고르드-루시용

남프랑스는 개성과 특색을 갖춘 소도시들의 연속이다. 먼저, 레보드 프로방스(Les Baux de Provence)는 20세기 중반까지 채석장으로 쓰인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Carrieres de Lumieres)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빛의 채석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현재 70여 개가 넘는 프로젝터로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영상화한 멀티 레이저 쇼를 선보인다.

생 레미 드 프로방스(St. Remy de Provence)는 고대 도시 글라눔(Glanum)과 생폴드 모솔 수도원(Saint-Paul de Mausole)이 단골 방문 코스다. 글라눔 개선문은 기원전 1세기 유적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시대 작품이다. 생폴드 모솔 수도원은 반 고흐가 치료를 받으면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하여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대작을 출시한 바 있다.

고르드(Gordes)는 현지인 다수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매혹적인 도시다. 우뚝 솟은 바위산 위에 자리해 마을 어디에서든 남프랑스의 드넓은 초원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매년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보랏빛 라벤더가 피어나 초원 전체가 환상적인 빛으로 물든다.

에즈(Eze) 마을은 완벽한 지중해 풍경으로 여행자의 재 방문율이 높다. 옷이나 장신구를 파는 독특한 상점이 많은 데 비해 관광객이 드물어 마을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붉은 돌산 위 루시용(Roussillon)에서는 황토 물감으로 그린 각종 그림과 유리공예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D 7-9 모나코-니스-인천

인접한 모나코를 안 들를 수 없다. 도시 국가인 모나코는 유럽과 세계의 주권 국가 중 바티칸 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영토가 작은 나라이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고급스러운 요트, 항구, 왕궁, 장미 정원, 시가지까지 모든 요소가 호화롭다. 인증샷을 위한 특별한 장소도 있다. 모나코 성당은 1956년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왕 레니에 3세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성당의 상징인 빨간 의자는 켈리가 실제 앉았던 자리다.

여행의 마지막은 니스(Nice)에서 완성한다. 니스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사계절 내내 완벽한 날씨와 해변 풍광을 자랑한다. 해안을 따라 앞으로 걸으면, 모든 관광지와 편의 시설이 등장해 굳이 지도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는 지중해를 따라 조성된 유명 산책로로 서쪽 공항에서부터 동쪽의 에타쥐니 길까지 약 7km에 걸쳐 펼쳐진다. 바다를 배경으로 가벼운 산책이나 달리기를 즐기는 여러 국가의 친구들과 편하게 마주친다. 니스 해변은 밤이 되면 근처 호텔에서 퍼지는 네온사인으로 한층 낭만적으로 변한다.

로맨틱 영화처럼 오렌지색 햇살과 파란 하늘이 반겨줬던 남프랑스, 반 고흐를 포함한 당대의 예술가들이 마음 깊이 사랑하고 영감을 얻었던 도시에서 나 또한 평생의 추억을 남겼다.

수도 파리(Paris)
비자
무비자
비행시간
직항 기준 약 12시간
시차
한국보다 8시간 느림
공용어
프랑스어
화폐
유로(Euro, 1Euro = 1,272원 2월 20일 기준)
전압
220V, 50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