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미북 두 정상의 첫 만남 이후, 한반도 땅에선 큰 변화들이 일어난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연합훈련이 축소됐고, 육군의 GP(감시초소)가 여럿 사라졌다. 남과 북이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서로의 땅을 밟으며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대로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찾아오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한반도에 드리운 전운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았다. 말로만 비핵화를 외면서 전혀 행동에 나서지 않는 북한. 잊을만 하면 포착되는 핵개발 신호와 제재 위반 행동들... 그렇다면 이제 2차전이다.
'북한 문제를 잘 풀고있다'고 연일 자화자찬 하는 한 남자 트럼프와 숙제(비핵화)는 밍기적, 선물(제재 완화)은 얼른 받고 싶어하는 한 남자 김정은의 재회. 이 불안불안한 만남의 끝은 무엇일까. 2019년 2월 27일 개봉박두.
만 72세, 키 190cm의 장신으로 김정은과 20cm 이상 차이난다. 악수를 할 때 손을 꽉 쥐거나 어깨를 툭툭 치며 기선제압 하는 것이 특기. 화법은 강렬하고 과장적이다. 트럼프는 2차 미북회담을 앞두고 연일 기대 섞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회담 전날인 25일(현지시각)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그가 올린 트윗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기대한다"였다. ▶관련기사
만 35세, 키는 167cm 안팎으로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지 외부행사에 나갈 땐 반드시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 여기에 검정색 인민복은 필수. 역대 북한 지도자들과 달리 유머감각을 갖췄다는 평이 많다. 화법도 솔직하며 즉흥적이다. 김정은은 이번 회담 때 비행기 대신 열차를 타고 60시간 이상 이동하는 '괴벽'을 보였다. 열차 출발 전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회담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① 스티븐 비건(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 정상회담 실무대표팀을 이끄는 미국측 대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북한측 김혁철과 의제 조율을 했다.
② 이방카 트럼프(백악관 보좌관) - 동행 여부는 아직 미확인. 트럼프의 맏딸로, 아버지와 같은 하노이행 비행기에 올랐다면 북한 김여정과의 만남이 예상된다.
① 김혁철(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 최선희 외무상 부상에 이어 비건의 파트너가 된 인물. 미북회담 전 실무 조율을 맡았다.
② 오수용(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 - 공업과 경제 전문가. 베트남 경제 성과를 분석하고 제재 완화 논의를 위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③ 김평해(노동당 부위원장) - 당의 인사 책임자.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에서 개최될 대의원 선거 등 내정을 논의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의 수도. 한적한 휴양지였던 센토사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미국은 경호가 용이한 휴양도시 다낭을 원했으나, 하노이를 고집했던 북한에 한발 양보했다. 북한은 만약을 대비해 자국 대사관이 있던 하노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베트남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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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베트남 정부 영빈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이다.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실무팀을 이끌고 닷새 연속 이 호텔을 찾아 점검했다. 호텔 앞 도로 폭을 줄자로 재는 모습도 포착됐다. 예상대로 이곳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은 호텔 내부의 비즈니스센터 컨퍼런스 룸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JW 메리엇 호텔, 김정은은 멜리아 호텔에 머물 것으로 점쳐진다. JW 메리엇 호텔 앞에선 일찌감치 트럼프의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 원' 두 대가 포착됐다. 일부 기자들이 캐딜락 원 사진을 찍자 호텔 경호원들이 이를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김정은이 올 것으로 추정되는 멜리아 호텔엔 며칠 전 북한 경호원 100명이 먼저 여장을 풀었다. 이들이 가져온 물품들도 호텔에 반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군인들이 호텔 주변에서 폭발물을 탐지하거나 바리케이드를 치는 모습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한편, 당초 미국 백악관 기자단의 프레스센터가 이 멜리아 호텔에 자리잡아 김정은과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으나, 기술적 문제로 장소를 옮기며 둘의 어색한 동거는 무산됐다.
[▶美北정상회담장 '메트로폴', 트럼프 숙소 'JW메리엇', 김정은은 '멜리아 호텔' 묵을 듯]
[▶김정은, 멜리아 호텔 22층 묵을 듯… 백악관 기자단 프레스센터도 같은 호텔]
트럼프는 1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과거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수십억달러를 퍼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 있는 (북한의) 입지는 경이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들이 장래에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이룰 훌륭한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결국은 한국·중국·일본·러시아 4개국이 북한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해결하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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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는 합의했다. 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난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만약 우리가 시간표(timeline)에 동의한다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국 의회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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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틴전시 플랜의 첫째 조치는 북한에 대한 단계적 압박 강화가 될 전망이다.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도 컨틴전시 플랜의 또 다른 시작점이다. 최악의 경우 작년 6월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거론됐던 '코피 전략'도 검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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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야에선 미·북이 'CVID(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빅 딜' 대신 'ICBM 및 일부 핵시설 폐기'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스몰 딜(small deal)'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핵은 온전히 남아 있고 제재만 풀린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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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위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미사일 동결(freeze)’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모든 WMD 폐기로 가기 위한 시작 단계로서의 ‘동결이란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완전 폐기’에서 ‘동결’ 수준으로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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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은 "회담에서 구체적인 협상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비핵화 성공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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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는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5년간 북의 도발에 응징이 아닌 보상으로 상황을 미봉해왔다"며 "지난 25년간 휴짓조각이 된 숱한 합의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한 세부 로드맵을 받아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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