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그린 ‘그린북’ 작품상,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상 수상
보수성 지적받은 아카데미, 다양성과 대중성 모두 잡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그린북’.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린북’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에게 돌아갔다.

그룹 퀸과 아담 램버트의 합동 공연으로 문을 연 이번 시상식은 인종, 성별, 소수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인 아카데미의 변화가 느껴진 시상식이었다. 시상식을 생중계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이변이 많은 시상식이었다. 확실히 백인 남성 중심에서 탈피했으며, 대중성까지 고려했다”라고 평했다.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한 ‘그린북’은 천재적인 흑인 피아니스트와 하층민 백인 운전기사의 투어 여정을 통해 인종 간 화합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린북’은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3개 상을 가져갔다. ‘그린북’ 제작자는 “이 영화는 우리가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상을 수상한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감독상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에게 돌아갔다. 외국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영화상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다. 알폰소 쿠아론은 “1700만 여성 노동자 중에 명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우리는 이들을 봐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로마’는 1970년대 초 정치적 혼돈을 겪던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동네를 배경으로 가정부 클레오의 삶과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이 유년 시절 자신을 길러준 여성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담은 자전적 영화로, 이번 시상식에서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영국 밴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편집상을 받아 4관왕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밴드 퀸에게 감사하다. 역사의 한 부분을 맡게 해줘서 감사하다. 나 역시 이집트에서 이민 온 가정의 아들이었다. 이런 스토리를 쓰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연인이자 ‘보헤미안 랩소디’에 함께 출연한 루시 보인턴을 언급하며 “루시 보인턴이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맨에게 돌아갔다. “오스카라니, 정말 우스운 일이다”라고 운을 뗀 그는 “매일매일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 상상했겠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밖에도 마블의 ‘블랙 팬서’가 미술상, 의상상, 음악상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이번 시상식은 어느 한 작품에 상을 몰아주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남우주연상 수상 후 연인 부시 보잉턴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라미 말렉.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7년 창설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해 열리는 행사로 그 전해에 상영된 미국영화 및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자리다. 올해는 공식 사회자 없이 3명의 시상자가 사회자 역할을 나눠 맡았다. 사회자 없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1989년 제61회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