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동안 국내 축구를 가장 뜨겁게 달군 구단은 대구FC다. 만년 하위팀 대구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FA컵에서 우승하며 깜짝 반전을 이뤘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거머쥐었다. 구단은 '명문 도약'을 선언했다. 대구FC는 지난 1월 완공된 축구 전용 구장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새 출발을 한다. 포레스트 아레나는 국내 현실에 맞춘 소형 축구장인 데다 최신식 환경을 두루 갖춰 축구 팬들에겐 벌써 새로운 축구 성지로 불리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마음이 막 벌써 설렙니다."

지난 21일 대구FC 조광래 사장은 인부들이 작업 중인 포레스트 아레나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장은 잔디 가림막이 걷히고 골대가 막 설치된 상태였다. 대구를 상징하는 하늘색·남색으로 꾸며진 본부석 맞은편 좌석에 'DAEGU'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포레스트 아레나란 이름은 '숲의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시가 지었다.

대구FC는 지난해까지 '대구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지어진 대구 스타디움에선 세계육상선수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6만5000석의 대형 경기장이지만, K리그를 치르기엔 너무 컸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거리가 20m를 훌쩍 넘었고, 수용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2만~3만명이 와도 빈 것 같아 보였다. 자연히 경기장을 꽉 채운 홈팬들의 응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새집' 포레스트 아레나는 1만2000석으로 기존 경기장보다 5만석 이상 좌석이 줄었다. 대신 그라운드까지 거리가 7m 밖에 안 된다. 선수들이 나누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정도로 가깝다. 좌석 바닥 부분에 국내 최초로 철골과 알루미늄을 모두 사용해 팬들이 발을 굴러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TV나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카메라 앵글 위치도 눈높이에 가깝도록 3층 높이까지 낮췄다.

그저 경기만 하고 떠났던 종합 경기장 시절과 달리 구장 내 상가 운영도 대구FC가 도맡아 수익을 창출한다. 대구는 또한 국내 축구장 최초로 3년 45억원의 조건으로 DGB대구은행과 '이름권(Naming Right)'을 협상 중이다. 상업적 명칭 사용이 금지된 챔피언스리그에선 그대로 포레스트 아레나다.

◇핵심 자원 유지, 조직력은 더 단단히

대구는 전용 구장 시대 원년을 맞아 큰 꿈을 꾼다. 조광래 사장과 안드레 감독이 바라보는 시즌 목표는 챔스리그 16강 진출, K리그 상위 스플릿(6위 이내) 입성이다. 둘 다 대구가 한 번도 이뤄본 적 없지만, 전문가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대구는 지난 시즌 FA컵 우승 주역인 공격수 에드가, 미드필더 세징야(이상 브라질)와 한국 영건 정승원·김대원을 모두 잔류시켰다. 열악한 재정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프런트가 챔스리그 도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골키퍼 조현우도 건재하다.

선수진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안드레 감독 지도 아래 조직력은 더 단단해졌다. 조 사장은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올해 느낌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대구는 3월 1일 오후 2시 지난 시즌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로 리그를 개막한다. 홈 개막전은 9일 제주전이다. AFC 챔스리그 데뷔 무대는 5일 멜버른과의 원정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