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카이스트 학생이라면 수학 천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수학이 두려웠습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에는 어김없이 수학이 꼽힌다. 카이스트생인 박주호(25·기계공학과 창업석사과정), 안정미(25·전산학부), 정현우(24·기계공학과)씨는 여느 학생처럼 수학에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잦았다. “다만 묵묵히 수학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노력기는 지난해 카이스트 대학 내에서 열린 글쓰기 대회에서 인정받고, 다른 학우들의 글과 함께 ‘색다른 수학의 발견’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어떻게 수학과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왼쪽부터) 박주호, 안정미, 정현우씨는 “수학의 쓸모를 알아야 수학 공부가 즐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STEP 1 ] 수학과 접점 찾아 거부감 줄이기

구구단을 외우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오랜 시간 수학과 '불화'를 겪었다는 박씨. 중학생 때는 수학 공부가 싫다며 반항하느라 선생님과 다투기 일쑤였다. 그러던 그가 수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자신에게 쓸모없을 것만 같았던 그것이 다르게 보이면서부터다.

"계기가 거창한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생 때 학교 지하에 있는 작업실에서 매일같이 캔을 활용한 항공기, 나무 선박을 만들었습니다. 더욱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을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죠. 희망 전공인 기계공학과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배경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씨는 "희망하는 전공이나 직업이 있다면 해당 분야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분야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수학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안씨는 "이공계열이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다"며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경제학과는 미적분, 산업디자인은 통계를 활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부모가 아이와 함께 거치면 더욱 효과적이다. "부모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수학 지식이 필요해'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안내하면 아이는 좀 더 확실하게 동기부여로 여깁니다."

[ STEP 2 ] 자기만의 속도로 자신감 얻자

공부할 각오로 펼친 수학책. 하지만 수많은 수식에 자신이 작게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씨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해나가며 자신감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는 "의욕이 넘쳐 어려운 문제에 매달리는 식으로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역효과가 난다"고 경고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기초부터 다시 닦는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세요. 문제를 못 풀거나 틀릴 때도 바로 답지를 보기보다는 해법을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풀이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모두 공부니까요."

기초를 닦는 동안 진도가 느리다고 부끄러워할 건 아니다. 안씨는 과외를 하는 학생이 중·고등생이더라도 기본기가 없으면 초등 문제집부터 풀도록 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며 "이전보다 많은 문제에 동그라미가 쳐지는 것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은 성적에 집착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씨는 "성적표보다는 시험지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며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 내적인 성장에 중점을 두고 시험지를 분석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알고도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성적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찍어서 푼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 STEP 3 ] 증명하면 수학의 매력 보인다

자신감이 생겼다면 본격적으로 수학의 매력을 발견할 시간이다. 이들은 수학을 '손으로' 쓰며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증명은 세 명이 모두 추천한 공부법. 안씨는 "수학이 계산 능력을 기르는 과목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수학의 매력은 논리를 파악하는 데 있다"며 "증명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원리를 체득할 수 있어 단순히 문제 풀이 방법을 익히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증명에 익숙해지면 수학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깁니다. 접해보지 못한 유형의 문제를 풀더라도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죠. 수학 시험을 볼 때도 문제가 증명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출제됐는지 알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 STEP 4 ]수학으로 과학 설명해보기

수학을 즐기는 단계에 오르고 싶은 학생이라면 '수학은 언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씨는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처럼 언어는 활용하는 상황에서 '배우기를 잘했다'고 느낀다"며 "수학이라는 언어도 마찬가지로, 특히 과학을 설명할 때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수학 시간에 배운 내용으로 과학적 지식을 논증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물리 과목에서 배우는 거리·속도·가속도의 관계는 적분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공을 가장 멀리 던질 수 있는 각도는 45도라는 것을 삼각함수와 2차 방정식을 이용해 알아낼 수 있다.

이때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가 있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정씨는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이 긴밀히 연결될수록 수포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교사가 이러한 시너지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