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경기 포천 신북면 한 공장 지대. 옹기종기 모인 공장들 위로 솟은 굴뚝들이 일제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날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강유역환경청 수사팀은 미세 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측정하는 고성능 드론을 날렸다. 드론이 처음 보내온 초미세 먼지(PM2.5) 농도는 평균 19㎍/㎥으로 '좋음' 수준이었지만 공장 연기 쪽으로 접근하자 수치가 급증하더니 최대 864㎍/㎥까지 치솟았다. 영세 사업장 한 곳이 인근 대기 초미세 먼지 농도의 45배, '나쁨' 기준인 35㎍/㎥의 25배에 달하는 양을 뿜어낸 것이다.
◇수도권 오염 11%는 공장 연기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미세 먼지 배출량의 40%(2015년 기준)가량이 공장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오염 배출원 중 단연 가장 큰 비중이다. 상대적으로 사업장 수가 적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봐도 11%를 차지해 배출원 순위에서 4위에 올라 있다. 환경부는 "제조업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할 때 미세 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량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포천 공장 단지 인근의 대기 질소산화물 농도는 8ppb, 황산화물 농도는 1ppb로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 드론이 연기 속으로 들어가자 각각 256ppb, 569ppb로 급증했다.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암모니아와 만나 알갱이 형태로 변하는데, 이 알갱이에 탄소나 중금속 등이 달라붙으면 미세 먼지가 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정훈 연구사는 "미세 먼지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건 25% 정도고 질소산화물 등이 미세 먼지로 변하는 경우가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오염물질들이 중국발 미세 먼지와 섞여 서울 등 주변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인다.
환경부는 전국 5만7000여곳의 대기 배출 사업장 중 경기 지역에 1만8000여곳(32%)이 밀집해 있다고 밝혔다. 포천에만 1400곳가량이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경기 포천 지역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29㎍/㎥으로 서울(25㎍/㎥)보다 높다. 공장 밀집 지대인 평택(33㎍/㎥), 파주(29㎍/㎥), 김포(27㎍/㎥)도 초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편이다. 한강청 수사팀원은 "포천은 평소에도 공장 연기 때문에 악취와 미세 먼지로 민원이 잦은 지역"이라며 "일부 공장이 대기오염 물질 저감 장치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거나 환경 기준을 어기고 공장을 무리하게 가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속하면 효과 나타나
이날 수사팀은 가장 짙은 연기를 배출한 공장 현장을 찾아가 단속을 벌였다. 생활 폐기물을 태워 주변 염료 공장에 열원을 공급하는 SRF 공장이었다. 수사팀은 곧바로 소각로로 향했다. 소각로를 확인해 보니 재와 함께 중간중간에 타지 않은 폐플라스틱 조각, 병 뚜껑, 찌그러진 음료 캔 등이 보였다. 수사팀원은 "소각로 용량보다 무리하게 많은 연료를 투입해 제대로 타지 않아 대기오염 물질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의 단속 효과는 상당하다. 환경부는 작년 4월에도 포천 공장 지대에서 드론 단속을 벌였는데, 단속 전후로 미세 먼지 농도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단속 당일엔 초미세 먼지 농도가 28㎍/㎥이었는데, 다음날에는 14㎍/㎥으로 떨어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속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영세 사업장들이 무리한 공장 가동을 줄여 미세 먼지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단속 인력이 크게 부족한 데다 영세 사업장이 많아 당국은 애를 먹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영세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미세 먼지 배출량이 전체 사업장의 3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