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별로 실시하는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가 극성 세력들에 장악돼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그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단상의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향해 "내려와" "빨갱이"라며 야유를 쏟아냈다. 5·18 발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후보 등을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 위원장을 향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들은 오세훈 후보가 연설할 때도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지지 후보 이름만을 연호해 연설을 방해했다. 후보 연설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14일 대전 연설회에서도 행사장 중앙을 차지하고 당 지도부와 상대 후보에게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전당대회장에서 세 과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상대 후보가 연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은 없었다. 이성을 잃은 듯한 혐오스러운 모습에 국민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TV에 이 모습이 집중적으로 방영되며 야당에 대한 혐오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당과 후보들은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당 선관위도 "자제 요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극성 세력은 이번 전대를 앞두고 한국당에 집단 입당했다고 한다. 당원이기 때문에 행사장 출입을 막을 방법도 없다. 한국당은 이들의 결집력과 위세에 눌려 문제를 피하고만 있다.
과격한 소수가 몰려다니며 가장 중요한 당 행사를 방해하는데도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면 정상적인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 당내에서도 "보수 가치와 당의 비전을 다시 세워야 할 전당대회가 일부 극성 세력의 놀이터가 돼버렸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한다.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른바 태극기 시위대의 대부분은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걱정하는 합리적 태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도를 넘은 행태로 일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효과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