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과서에 빠지지 않는 피터르 몬드리안(Pieter Mondrian·1872~ 1944)의 추상화는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이 흰색 바탕 위의 검은색 격자무늬 사이사이를 메운 그의 그림은 의류, 신발, 가방은 물론 식기와 가구 등을 비롯한 온갖 생활용품의 무늬로도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화가 본인은 최소한의 물건만을 소유한 채 평생 독신으로 단출하게 살았다고 한다.

피터르 몬드리안, 빅토리 부기우기, 1942~44년, 캔버스에 유채와 연필, 테이프 등, 127.5×127.5cm, 헤이그 게멘테 미술관 소장.

흔히 아는 몬드리안의 작품은 자연으로부터 불규칙한 요소와 변화의 가능성을 모두 제거하고 순수한 본질만을 남긴 결과물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차 대전을 겪었던 그가 열망한 유토피아는 예측 불가한 변주란 존재하지 않는 질서정연한 세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빅토리 부기우기'는 전형적인 그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화면은 마름모꼴로 기울었고 검은 격자가 사라진 자리에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과 흰색의 네모가 점멸하듯 촘촘하게 흩뿌려졌다. 1940년 2차 대전을 피해 도미(渡美)한 화가의 눈앞에 펼쳐진 뉴욕의 바둑판 같은 도로망과 브로드웨이가(街)의 밤거리를 뒤흔드는 흥겨운 재즈, 부기우기의 리듬은 변화의 에너지로 가득한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수십 년 만에 정돈된 추상의 세계를 버리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가 눈에 보이는 세상을 화폭에 담았다. 실제로 그의 그림은 마치 쉴 새 없이 바뀌는 신호등과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과 현란하게 반짝이는 전광판이 뒤섞인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다.

몬드리안은 1944년 이 그림을 미완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 뒤, 승리의 날에 뉴욕의 온 거리는 이처럼 활기차게 움직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