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숫자가 아니랍니다.'

2019년 K리그 시즌 개막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각 구단은 막바지 준비에 바쁘다. 해마다 이맘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단 발표가 새시즌 선수들의 배번이다.

팀을 옮기지 않는 한 대부분 선수들은 자신이 달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다. 축구 선수에게 배번은 곧 또다른 이름이자 팀내에서도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가끔 기존 번호를 바꾸거나 신입·이적생에게 배번을 부여할 때 흥미로운 스토리가 생긴다. 지금까지 배번을 발표한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 등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우선 수원의 경우 드물게 신임 감독의 운영 방침이 조화롭게 작용했다. 전세진 한의권, 사리치는 작년까지 달던 배번을 바꿨다. 전세진은 1999년생이라 해서 입단때부터 99번을 달다가 14번으로 바꿨고 14번이던 한의권은 박기동(경남 이적)이 남기고 간 9번을 받았다. 사리치는 22번에서 8번이 됐다.

이임생 감독의 권유에 따른 변경이었다. "주전급 선수라면 그에 어울리는 배번을 달아야 한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배번의 무게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줄 것을 기대한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주전급 번호는 앞쪽이라고 한다. 신인 유망주였던 전세진은 올해 주전급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 가운데 김준형은 다비드 실바를 좋아해서 고교 때부터 21번을 애용했고, 오현규는 해리케인이 토트넘 입단 당시 달았던 37번을 선택했다. 윤서호는 스페인의 라모스같은 수비수가 되는 게 꿈이라서 라모스의 4번을 두 번 강조한 44번을 선택했다. 박대원 역시 브라질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12번을 달고 뛰는 마르셀로같은 전천후 풀백이 되고 싶다는 염원을 배번에 담았다고 한다.

인천의 임은수는 39번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중·고교 입학때 달았던 번호가 39번인데 당시 1학년인 데도 2,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기용됐고, 작년 인천에 신입생으로 입단하고서도 주전급 기회를 얻었던 기분좋은 기억때문이다.

골키퍼 이태희가 31번에서 21번으로 스스로 변경한 것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의 의미다. 작년 시즌 31번을 달고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그는 2016년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를 이룰 때 수원FC와의 경기에서 21번을 달고 좋은 활약을 했던 추억을 소환하고 싶었다.

특급 수비수 부노자가 3년 연속 20번을 요청한 것은 배번의 무게감을 새기고, 레전드에 대한 존경심을 갖추고 싶어서란다. 20번은 인천의 수비 레전드 임중용 코치가 달았던 번호로 인천에서는 상징적인 번호로 여겨진다.

김정호는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죽여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죽을 사(死)'가 연상되는 '4'를 두 번 강조해 44번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 관계자는 "상대의 기를 죽일 만큼 열심히 뛰겠다는 의미이지 날아차기나 거친 플레이를 하겠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고 촌평했다.

경남의 조던 머치와 네게바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으로 큰 화제 속에 입단한 머치는 원래 8번을 원했다. 하지만 그가 입단했을 때에는 8번의 주인이 안성남으로 정해진 뒤였다. 그래도 '8'을 표시하고 싶었던 머치는 88번의 김종진을 피해 '0'을 하나 붙인 것으로 80번을 선택했다. 77번의 네게바는 7번을 선호했지만 선배 배기종이 이미 7번을 배정받은 바람에 '7'을 두 개 붙였다.

그런가 하면 경남은 현재 앞번호 가운데 9번을 비워둔 상태다. 수원에서 9번을 달았던 박기동도 18번으로 피해갔다. 축구에서 9번은 10, 11번 등과 함께 베스트 중에 중심을 상징하는 번호다. 경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마지막 카드를 영입하려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남겨놓은 번호"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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