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관광정보센터에 진열된 열쇠고리. 지하철 역 명판(驛名板)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기념품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 기념품 판매관. 일본인 야마구치 리사(33)씨가 '명동' '광화문' 등 한국 지하철역 이름이 들어간 열쇠고리 10개를 샀다. 야마구치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열쇠고리를 사려고 숙소인 올림픽공원에서 명동까지 왔다"고 했다. 지하철 열쇠고리를 한 움큼 쥐고 계산대 앞에 선 사람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한국 지하철 열쇠고리가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 집게손가락 크기에 지하철 역명(驛名)이 들어가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다. 가격은 개당 5000원이다. 지하철 열쇠고리는 2016년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 상징 관광 기념품 공모전'에 출품돼 동상을 받았다. 그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큰 인기는 없었다.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작년 6월부터다. 열쇠고리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 일본 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일본 철도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김수아 명동관광정보센터장은 "현재 매달 1500~2000개씩 판매되고, 구매자의 60~70%는 일본인 관광객"이라고 했다.

수요가 늘면서 열쇠고리 종류도 처음 15개 역에서 현재는 80여 개 역으로 늘어났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역 열쇠고리가 가장 많이 팔리고 홍대입구역·서울역·광화문역·강남역 등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국 지하철역 열쇠고리가 유독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일본의 유별난 '철도 사랑' 때문이다. 도쿄 중심부를 한 바퀴 도는 야마노테선(山手線·한국의 2호선 격)의 역명이 인쇄된 초콜릿·수첩·연필 등 각종 기념품이 역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지방 기차역 풍경을 담은 철도 달력이 수십만 부씩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