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선 레이디 가가, 두아 리파,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여성 뮤지션들이 각 분야 최고 앨범상을 거머쥐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2014년 가온차트 뮤직어워드에서 소녀시대가 엑소, 조용필과 함께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이후 여가수가 앨범상을 받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CD 판매량으로 따지는 국내 앨범 분야에서 남자 가수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가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따로 있다. 스트리밍으로 집계되는 디지털 음원 소비량이다. 올해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디지털 음원 본상을 받은 노래 10곡 중 여가수의 노래는 6곡에 달했다. 지난해엔 아이유가 음원 대상을 차지했고 걸그룹 레드벨벳, 볼빨간사춘기, 블랙핑크, 트와이스, 가수 헤이즈까지 10위 내 7팀이 포함됐다. MAMA에서도 음원상은 트와이스가 두 해 연속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을 소비하는 소위 '팬질'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관계자는 "걸그룹의 남성 팬들은 앨범(CD)을 사거나 굿즈(아이돌 물품)를 사기보다 주로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아이돌을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은 '내 새끼'를 키우는 엄마 심정으로 1위를 만들기 위해 앨범을 수십~수백 장씩 산다"고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우리나라 남자 아이돌 소비 방식은 '맘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특하다"며 "걸그룹 팬들은 소유하기보다 한 차례 지나가는 방식으로 아이돌을 대하지만, 주로 여성으로 이뤄진 남성 아이돌 팬덤은 그들을 소유하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