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행정지원실에서 안내합니다. 오늘 12시 30분부터 파업으로 도서관 난방공급 중단됐습니다. 총학생회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파업 기간 동안 난방 공급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이용자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7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열람실 스피커에서 난방 중단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대 도서관 난방·온수 중단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8일 서울 지역 체감 기온이 영하 14도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39일 만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8일 오전 3700석 규모의 서울대 중앙도서관에는 약 55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주로 취업 준비생들이다. 실내온도는 17도. 앉아서 책만 보기에는 쌀쌀한 기온이다. 학생들은 패딩에 목도리를 두르고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도서관의 평시 실내온도는 평균 25도다.

도서관 경비원은 "어제 오후부터 파업으로 난방이 꺼져서, 공부하던 몇몇 학생들이 춥다고 항의를 한 뒤 나갔다"고 했다. 한 학생이 말했다. "파업도 좋지만…공부하는 학생들이 인질도 아니고, 도서관 난방을 끄는 건 이해가 안되네요."

서울대학교 기계·전기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7일 교내 기계실을 점거한 채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관정도서관 7번 입구에 파업 기간 동안 난방 공급이 중단된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소속원 120명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7일 12시30분 대학 행정관과 도서관 등 총 3개 건물 기계실에 진입,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 건물에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노조 측은 "난방을 끈 게 아니라 꺼진 난방기를 다시 켜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그간 노조 시위를 여러 번 봤지만, 냉난방 중단은 처음 봤다. 예상조차 못했다"며 "순찰을 돌며 학생들 민원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서관에서 인생 걸고 공부하는데…추워서 떠는 학생들
난방이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은 공학관 연구실도 마찬가지였다. 제1공학관에 머물던 서울대 대학원생 도성호(26)씨는 "난방이 안 나와서 연구실에서 계속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학생들은 임금 결정권도 없는데 파업 피해를 입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난방 가동이 중단된 서울대 제1공학관 301동의 한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이 두꺼운 패딩을 입고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욕설 댓글이 폭주했다. "난방 끄지마 X발 XX들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싹 다 쳐넣어야 한다" "정권 잘 만나 정규직 전환된 불한당 패거리들이 애꿎은 학생들 덜덜 떨게 만들더니 학교를 볼모 삼아 겁박하고 있다" "행정관 난방 중단도 아니고 학생들만 가득한 도서관을 (중단 시키다니)" "왜 애꿎은 학생들에게 피해 전가를?" "중앙 냉난방으로 가동되는 301동인데 발 시렵습니다" 같은 내용이다. 서울대 기계·전기 노조에 대해 "편 들어주던 학생들도 등 돌리겠네"라는 지적도 올라왔다.

◇노조, "처우 개선 위해 난방을 켜지 않았을 뿐?"
노조 측은 "난방을 강제로 끈 것이 아니라 업무를 중단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켜진 난방기를 끈 것이 아니라, 파업으로 업무를 중지하면서 난방기를 다시 켜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 시설지원과 관계자는 "난방을 가동시키지 않다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노조원 일부가 설비 앞을 지키고 있는데다, 난방 시설 전원을 켜는 데 기술적인 요구사항이 있어 쉽게 재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7일 기계·전기분회의 파업을 시작으로 청소·경비·소방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추가로 파업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