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정채봉(1946~2001)

하늘로 떠난 엄마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 단 5분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꼬옥 안아보고 안기고 싶다. '엄마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꼭 해야겠다. 진작 못한 게 후회된다. 엄마 젖가슴 만지는 게 얼마나 포근했던가. 그것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있다. 엄마에게 가장 억울했던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소리 내어 울며 서러움을 풀어놓아야겠다. 엄마는 다 들어줄 거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그래, 오냐, 오냐 달래 줄 거다.

엄마 없는 이의 외로움과 아픔이 가슴에 쨍 금을 긋는다.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엄마가 어린이 곁에도 꼭 있어야 하리. 설을 쇠면서 우리 맘속에 젖어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거름으로 삼아 삶을 가꾸어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