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뿌리는 '현금 복지'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 장(長)들이 지난해 6월 선거에서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성 공약들을 내걸고 당선되더니 올해부터 속속 시행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성남시는 3년 전부터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3년 이상 관내에 거주한 만 24세 주민에게 연간 100만원어치 지역 상품권을 주는 '청년배당'을 시행 중인데, 인천·울산·부산 등 다른 지자체들이 올해부터 이와 유사한 현금 복지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성남시는 만 19세 되는 청년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책을 여섯 권 이상 빌리면 지역상품권 2만원어치를 주겠다고 한다. 만 19세는 처음으로 선거권이 주어지는 나이다. 생애 첫 선거권을 행사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매표를 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보인다. 이를 본떠 다른 광역시들도 만 18~19세부터 현금 복지 대상에 포함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시·군 등 기초 단체들 사이에선 중·고교생 무상 교복이 확산되고, 가정 형편 따지지 않고 수학여행비까지 나눠주는 곳도 등장했다.
화폐나 상품권, 카드 등으로 지급하는 현금 복지는 중독성이 워낙 강해 일단 한번 시작하고 나면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재정이 거덜나고 빚더미에 눌려 부도 위기에 빠질 때까지 중단하기 힘들다.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국가 부도 상황에 몰린 가장 큰 이유가 과잉 복지로 허약해진 재정 때문이었다. 이 나라들에선 정부가 국가 부도를 모면하려고 현금 복지를 줄이자 시민들이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차별적으로 돈을 나눠준 후유증이 이처럼 심각하게 나타나자, 복지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도 현금 복지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방정부들은 다른 나라에선 사라져 가고 있는 현금 복지를 경쟁적으로 벌이기 시작했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세금으로 표를 사 국민을 오염시키고 결국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불치의 망국병(亡國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