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 있는 '스트랜드 서점'〈사진〉은 1927년 문을 연 이래 92년간 뉴욕의 문화적 랜드마크 노릇을 해 왔다. 이곳은 새 책, 헌책 , 희귀본 등 약 250만권이나 되는 책을 한 줄로 세우면 18마일(약 29㎞)이 된다는 의미에서 '18 마일의 책들(18 Miles of Books)'이라고도 한다. 수시로 낭독회와 작가 초청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리멤버 미' 등 영화와 드라마에도 단골로 등장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대형 서점의 위협 속에서도 꾸준히 뉴요커의 사랑을 받았다.

작년 12월 뉴욕시는 이런 스트랜드 서점을 뉴욕시 랜드마크로 공식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터졌다. 서점 주인이 "제발 우리 서점을 랜드마크로 삼지 말아 달라"며 반대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뉴욕시와 서점 간 갈등을 최근 조명했다.

NYT에 따르면, 서점 주인 낸시 베스 와이든은 "랜드마크 지정은 우리 가족이 3대째 이어온 서점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이 랜드마크로 지정되면 건물주는 시 위원회 승인 없이는 디자인이나 구조, 건축 자재, 심지어 페인트 색깔조차 함부로 바꿀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개·보수 및 관리 비용도 오른다.

와이든 가족은 수십 년간 서점을 임대해 오다가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1996년 820만달러에 건물을 사들였다. 와이든은 "우리는 아주 작은 이윤만 남기면서 힘겹게 서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랜드마크로 선정되는 건 서점을 죽이는 일"이라면서 "제발 서점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단골 고객인 작가들도 연대해서 서점 편에 섰다. 작가 프랜 리보위츠는 "스트랜드는 상점이지만 이 도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화 기구다. 그런 곳에 랜드마크의 규제를 덧씌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와이든은 "나는 시(市)에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세금 환급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좀 가만히 내버려 놔두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문화 유산 지키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보호 조치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