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티엔 추오·게이브 와이저트 지음|박선령 옮김|부키|364쪽|1만8000원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은 미국에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고 월 275달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으로 모델을 선택하고 24개월이나 36개월 플랜 중 하나를 정한 뒤 업그레이드할 사항을 고르고 대리점에 가서 차를 가져오면 된다. 현대차뿐 아니다. 월 2000달러부터 시작하는 포르셰의 구독 프로그램은 6가지 자동차 모델을 이용할 수 있으며, 캐딜락은 한 달에 1800달러를 내면 1년에 최대 18번 차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리스와 뭐가 다르냐고? 리스는 특정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구독은 다양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등록, 보험, 정비 등 차량 소유와 관련된 모든 성가신 부분도 구독료에 다 포함된다. 미국에서 차를 소유하는 데 따르는 비용은 1년에 평균 9000달러.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를 비싸고 부담스럽게 여긴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기업인 티엔 추오가 자신이 창립한 기업 주오라에서 발행하는 '서브스크라이브드 매거진' 편집장 게이브 와이저트와 함께 쓴 책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달라졌고, '제품 경제'와 '공유 경제'를 지나 바야흐로 '구독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구독 경제'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고객과 그들의 수요를 파악해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히트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해 마진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해 반복적인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구독자들은 제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성과를 누리길 원한다. "그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승차 공유'를 원한다. '소'가 아니라 '우유'를 원한다. 새로 나온 '레코드'가 아니라 새로 나온 '음악'을 원한다."(35쪽)

오늘날 IT 업계의 지배적인 비즈니스 모델은‘구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소유의 시대는 끝났다. 고객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동영상·음악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다. 2007년부터 영화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1억 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파일럿 프로그램도 만들지 않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약 80억달러를 과감히 투자한다. 구독자 개개인의 기호와 취향, 빅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구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전통적으로 '구독자'를 두었던 인쇄 산업에 대한 언급이다. 저자들은 신문·잡지 산업이야말로 '구독'의 본령으로 돌아갈 때라고 말한다. 광고 기반 비즈니스모델을 버리고 콘텐츠 서비스 유료 구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신문의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충성 독자를 디지털 구독자로 전환시키면, 변덕스러운 광고 시장에 의존하는 대신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구독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독자들의 수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우선이다. "여러분은 그저 자신의 독자들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126쪽)

260만 명 넘는 유료 디지털 구독자를 보유한 뉴욕타임스는 2017년 2/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전용 구독 수익이 인쇄물 광고 수익을 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수익의 75% 이상은 디지털 구독자들에게서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18~24세 젊은이들이 인터넷 뉴스 구독료를 내는 비율은 2016년 4%에서 2017년 18%로 급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핵심은 물리적인 신문이 아니라 이 회사의 기자들, 브랜드, 문화, 도달 범위, 가치 등이다. 이것의 진정한 가치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내용을 위해 돈을 지불한다."(115쪽)

현장 전문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으로, 정교한 논리는 떨어지지만 구독 경제가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현황을 일별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들은 "정육점 주인, 제빵사, 대장장이 등 물건 파는 사람과 손님이 서로를 다 알고 지냈던 산업혁명 이전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고객의 행복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세계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원제 'Subscri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