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지은 진술 일관돼…신빙성 있다"
안희정 공소사실 10개 중 9개 유죄 판단
수행비서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은 안희정(55)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10가지 가운데 1가지를 제외한 9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믿기가 어렵다"던 김지은씨의 진술을 항소심 재판부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30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당시)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자신의 감독과 보호를 받는 수행비서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업무상 위력으로 네 차례 간음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전 지사와 김씨는 도지사와 비서라는 관계로, 김씨가 지시에 순종해야만 하는 등 취약한 처지에 있었다"며 "범행이 상당 기간 반복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안 전 지사는 도의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극구 부인해왔다"며 "안 전 지사는 김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처벌을 원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로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들었다. 추행 과정을 밝힌 김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모순된 점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안 전 지사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봤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威力)’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안 전 지사의 범행 과정에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작년 2월까지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네 차례 성폭행하고 여섯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지위에 기초한 위력(威力)을 남용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은 존재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당시 김씨가 보인 여러 언행은 성폭행 피해자의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