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리동 소금길마을 일대는 한때 서점 골목이라 불렸다. 2015년 봄부터 이 마을 반경 500m에 청년들이 창업한 이른바 '독립서점' 3곳이 연이어 들어섰기 때문이다. 여행을 테마로 한 '일단 멈춤', 음악전문서점을 표방한 '초원서점', 술 파는 서점이란 콘셉트를 내세운 '퇴근길 책 한잔'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일단 멈춤'은 책방 문을 닫았고 '초원서점'은 몇 달째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독립서점들이 주춤하고 있다. 특히 독립서점 창업 붐을 주도한 대표선수들이 고전 중이다. 서울 상암동의 '북바이북', 논현동의 '북티크' 등은 한때 판교, 광화문, 서교동 등 각지에 분점까지 낼 정도로 확장됐다가 지금은 아예 폐업하거나 매장 한 곳만 남는 등 위축된 상태다. 서점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5년 2.4%였던 독립서점 폐점 비율은 작년 15.6%까지 높아졌다. 창업한 서점 10곳 중 1.5곳꼴로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독립서점들의 진격이 일단 멈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특히 지난 2~3년간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확대된 '굿즈(goods)' 판매가 독립서점 고객을 잠식했단 분석이 많다. 서울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했던 이모(30)씨는 "요즘은 인터넷서점에서 파는 한정판 책이나 굿즈가 그런 욕구를 더 잘 충족시켜주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책을 팔아서 남는 돈도 거의 없다. 공급가가 정가의 70~80% 수준인 데다, 카드수수료 등 각종 부대 비용을 감안하면 마진율은 20% 남짓. '일단 멈춤'을 운영했던 송은정(33)씨는 "주 6일 하루 평균 9시간을 일해도 손에 쥐는 건 월 60만~80만원 수준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