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댓글 조작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지형도 복잡해졌다. 정권 초만 해도 유력 차기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 지사까지 정치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작년 하반기에 정가에서 회자됐던 ‘안이박김 시련설’이 다시 화제가 됐다. ‘안이박김’의 ‘김’이 김 지사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안이박김’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국감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이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건데, 김은 누군가"라고 물은 것이다.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거나 대립각을 세웠던 정치인들이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지사도 그 얼마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실제 ‘안이박김’ 중 한명으로 거론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해 3월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뒤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검찰이 징역4년을 구형했지만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재기는 어렵게 됐다.

이재명 지사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글을 올린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이 아내 김혜경씨의 소유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일부 친문 당원들의 출당 요구에 시달렸다. 더구나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지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순탄한 편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두고 여권 내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 7월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가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고,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부겸 장관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서울시 산하기관 고용세습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안이박김’의 ‘김’이 누구냐를 두고선 말들이 많았다. 친문 직계로 보기 어려운 정치인일 것이란 추정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친문 적자로 꼽힌 김경수 경남지사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장관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당시 "당내 친문 진영의 견제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김경수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 중 한명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지사가 ‘안이박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정권 초반에 정치적 체급이 커진 여권 실력자는 이런저런 정치적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이박김’ 괴담은 정치권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지만 여권 내 권력 지형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말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