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기계 달린 침대에 누운 생후 6개월짜리 아기 성우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성우 입에는 호흡을 돕는 긴 관이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 잠에서 깨도 소리 내서 울지 못했다. 대신 얼굴이 터질 듯 피가 쏠려 새빨개지고, 호흡기를 문 입술만 달싹였다. 옆에 선 부모가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기 몸을 가만히 토닥였다. 박 장관은 외부인이라 중환자실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성우 부모와 만나 손편지와 아기 옷을 전하며 "아기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손편지엔 "부모님 사랑과 저희의 간절한 바람으로 성우가 건강하게 잘 자라날 것"이라고 썼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엄마 여수진(30)씨와 아빠 방영덕(31)씨가 아기 침대에 누운 아들 성우를 바라보며 토닥이고 있다. 성우는 540g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몸무게가 열 배 가까이 늘었다.

박 장관이 성우에게 찾아온 계기는 '아동수당'이었다. 성우는 원래 작년 11월에 태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엄마 여수진(30)씨가 임신중독증으로 쓰러져, 예정보다 석 달 빠른 작년 8월에 몸무게 540g으로 세상에 나왔다. 키는 아빠 방영덕(31·공무원)씨 손바닥만 하고, 태어나자마자 찍은 발도장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가 채 안 됐다. 의사는 "매일 생존율이 절반"이라고 했다. 오늘을 버틸 가능성이 50%, 그렇게 버텨서 내일이 왔을 때 다시 하루를 버틸 가능성이 또 50%라는 얘기였다. 의사는 "하루하루가 고비니까, 아이가 힘내기를 바라자"고 했다.

성우 부모는 둘 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6년 결혼했다. 성우를 가진 지 24주 만에 제왕절개로 성우를 낳은 뒤 성우 엄마는 한 달간 누워 지냈다. 출산 후유증으로 뇌경색이 와서, 약봉지를 뜯거나, 휴지 한 장 뽑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됐다. 성우 아빠 방씨가 두 병실을 오가며 "오늘도 10g 늘었어" "오늘은 성우가 눈을 떴어"라고 아내에게 전해줬다.

그렇게 피가 마르는 한 달을 보냈을 때, 부부의 통장에 아동수당 10만원이 들어왔다. 성우 엄마 여씨가 "다른 분들에게는 그냥 찍히는 액수일 수 있지만, 그 뒤 매달 들어오는 10만원이 우리 부부에게는 '이번 달도 성우가 잘 버텨주었다'는 '생존 기록' 같았다"며 "적금 통장 만들어 차곡차곡 저금하고 있다"고 했다. 부부는 이런 내용을 보건복지부 아동수당 공모전에 응모해 당선됐다. 박 장관이 수기를 읽고 이날 병원에 찾아와 부부를 격려했다.

성우는 아직 한 번도 부모와 집에 가지 못했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을 버티기 힘들어해 기저귀 갈 때 빼고는 잠만 잔다"고 했다. 그래도 6개월 전과 비교하면, 몸무게가 4.9㎏까지 늘어났다. 아직 폐가 미성숙한 상태라 혼자 숨을 쉴 수 없을 뿐 다른 곳은 모두 정상이다. 3㏄씩 먹던 분유를 이제는 80㏄씩 3시간마다 먹는다. 성우 부모 눈에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성우 엄마 여씨가 지난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성우의 몸무게와 몸짓을 기록한 다이어리를 꺼내 보였다. 성우가 엄지손가락으로 '따봉'을 몇 번이나 했는지, 처음 본 발가락 모양이 어땠는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적혀 있었다. 여씨는 "다른 사람 눈엔 성우가 호흡기를 꽂고 있어 매일 똑같은 모습일지 몰라도, 저희 부부는 입꼬리 모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안다"며 "저희가 '엄마 아빠 왔다, 사랑해'라고 하면, 성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준다"고 했다. 가만히 있다가 눈만 떠도 좋고, 손가락 발가락만 움직여도 사랑스럽다고 했다. 성우 아빠는 "성우가 우리를 부모로 택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성우 엄마는 성우 배냇저고리 한쪽에 손수 한 땀, 한 땀 빨간 동백꽃 자수를 놓았다. 겨울철 강인하게 피는 동백꽃처럼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성우는 아직 모르지만, 엄마·아빠가 마련한 성우 방에는 아직 못 써본 아기 침대, 겨울옷, 장난감이 많다. 성우가 집에 올 날을 기다리는 물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