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패권국 미국이 도전국 중국의 불공정무역, 기술탈취, 각국 국내 정치 개입 등 행태와 신장-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첨단기술 발전 추세를 그대로 두면 미국과 격차가 점점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혀진다. 경제력과 첨단기술은 군사력으로도 이어진다.
앞으로 30년 후 또는 100년 후 미국과 중국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1980년대 소련과의 군사경쟁, 독일 일본과의 경제경쟁에서 도전을 뿌리쳤던 것처럼 중국도 억누를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이어받을까. 패권경쟁은 국제사회에서의 ‘규범과 질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지금의 무역분쟁은 단순히 무역전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 흘러가는 돈을 어떻게 차단시켜야 중국의 군사 굴기를 막을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 때문에 무역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미국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미국 소유 지식재산권 약탈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그게 중국의 국영기업 때문이라고 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미국의 현재 대중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객원교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 등을 거쳤으며, 현재는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핵비확산·핵안보 통합전문가위원회 위원,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통일교육지원센터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과 아시아·태평양 안보현안, 개발협력 등을 연구하는 국제정치 전문가다.
-미중 무역분쟁이 패권경쟁 양샹으로 가는 게 아닐까.
"지금 미중 간의 갈등은 사실 갈등이라기보다는 경쟁에 가깝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국제질서는 민주주의와 이를 공유하는 동맹국가들, 그 동맹국들 간의 자유무역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성장해온 중국은 이런 국제질서에 배타적이지 않다. 다만 정치적으로 (국가 주도 사회주의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질서 안에 있으면서 미국이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들어 ‘규칙 기반 질서’라는 말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무역전쟁은 그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미국이 강경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이한 점은 지금의 미중 관계에서 미국의 대중적자가 중국에 상당한 자본을 만들어줬고, 그 자본으로 중국이 군사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대선 전부터 가져온 철학이었고, 그가 대선 캠프에 참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대로 주입했다. 지금 무역전쟁은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무역분쟁은 단순히 무역전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 흘러가는 돈을 어떻게 차단시켜야 중국의 군사 굴기를 막을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중 간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무역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트럼프가 집권하는 동안 계속 이 문제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문제도 심각하게 본다.
"미국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미국 소유 지식재산권 약탈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은 국영기업들이 침투해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국가들의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고도 여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부 장관은 ‘약탈적 경제’라고까지 표현했다. 미국은 그게 중국의 국영기업 때문이라고 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실패해도 지금 기조가 유지될까.
"그렇다. 크게 트럼프 요인과 민주당 요인 두가지로 본다. 공화당은 원래 자유무역을 주장하는데 트럼프라는 인물 때문에 끌려가는 면이 좀 있다. 민주당은 원래 보호무역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안보 쪽에서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이 아시아지원보장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 아리아법)을 발의했다. 공화당이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31일 이 법을 승인했다. 트럼프가 수사학적으로는 북한의 편지를 받았다, 행복하다고 했지만 아리아법은 북한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미국의 3대 주적을 중국과 북한, IS(이슬람국가)로 두고 있다. 사실 아시아 관련 법안에서 아리아 법만큼 북한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법안이 없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도 이 법안에서 재등장했고,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 이전에는 지금의 최대 압박과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관이 반영된 법이 정말 빠르게 통과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과 배치되는 법안에 사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 측면에서는 강경한 대북 기조가 계속될 거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안보적 관점에서 짚어보면, 중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기부터 미국에 ‘전략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전략적 안정성’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관계에서 적용됐다. 미·소 모두 핵보유국이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걸 알아서 서로를 공격하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소련처럼 ‘전략적 안정성’을 요구할만큼 핵탄두나 장거리 ICBM을 충분히 보유한 건 아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몇백 개밖에 안 된다. 미국은 몇천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력이 비교가 안되니 당연히 미국은 거부했다."
-중국이 그런 요구를 외교 채널을 통해서 했나.
"2013년 써니랜드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했던 얘기다. 중국은 아직까지도 ‘전략적 안정성'을 계속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맹국 일본도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중국이 전략적 안정성을 인정받고 나면,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이 동북아에서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는 미국에 전략적 안정성을 요구할 수 있는 큰 나라다’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에 계속 그걸 인정하지 말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미국은 고민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굴기를 시작하며 핵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달에도 갔다. 이건 ICBM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도 있을 수 있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핵을 가진 국가들은 군사적 충돌을 하는 게 어렵다. 중국이 핵무기가 200개 밖에 없다고 해도 폭발력은 미국의 도시 하나는 날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군사적 충돌까진 가지는 않겠지만, 대신 회색지대 분쟁처럼 저강도 분쟁은 어디서든 산발적으로 나올 수 있다.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이 대표적인 회색지대다.
최근에는 남아메리카 지역도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파나마 운하가 있는 파나마에 중국이 대사관을 세우려고 시도했는데 미국이 이를 막았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무역의 요지나 해상통제권과 관련된 지역인 핵심 포인트를 중심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남아메리카 지역에는 파나마가 있고, 아프리카에는 수에즈 운하로 들어가는 지부티가 그렇다. 중국이 2017년 지부티에 군사 기지를 개설했다. 미군 기지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그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졌다."
-중국과 미국이 대만, 남중국해 뿐만 아니라 그런 제3국가들에서까지 충돌한다는 것인가.
"전에는 중국에 지부티에서의 활동에 대해 문의하면 ‘창고를 짓는다’, ‘무역 때문이다’라고 수세적으로 대답했다. 금세 그 대답이 바뀌었다. 2017년부터 무역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군사력 배치를 정당화한 것이다."
-최근 논문에서 언급한 회색지대 분쟁을 설명해달라.
"회색지대 분쟁은 미국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분쟁 방식이다. 남중국해 분쟁을 예로 들면, 일단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미국은 남중국해에 오려면 항공모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민병대나 어선 등 작은 규모로 남중국해 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은 군인이 민간을 상대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없다. 중국은 섬을 짓는다던지, 어선이 나와서 시위를 하는 등 현상변경을 했다. 하지만 미국 해병대가 중국 어선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그런 식으로 파고 드는 게 회색지대 분쟁이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전쟁을 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술을 쓰는 거다. 민병대나 어부들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그 다음 해상경비대, 해군, 이런 식으로 점차적으로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회색지대 분쟁의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걸 견제한다고 미국이 폭격을 하면 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앞으로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항해의 자유’ 작전을 통해 ‘중국이 인공섬을 지었더라도 미국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려는 정도가 될 것 같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될까.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2020년부터는 미국도 대선 기간에 접어들어 국내 문제에 훨씬 더 집중할 것이다. 지난해 중간선거만 봐도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왜냐면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다’라고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그 선언 전, 지난해 1~3월까지 북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유권자들은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은 없지만 위협은 사라졌다는 대답을 많이 했다. 유권자들은 외교적인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시그널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고, 더 이상 핵실험이 없다고도 하니까 위험 의식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국 대륙은 안전하다’는 식으로 셀링하며 지금의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상 유지가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윈윈인 것 아닌가.
"맞다. 한국이 배제되어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 대북 제재 해제이고, 대북 제재로 입는 타격이 크다는 것이 변수가 될 것이다. 올해는 북한 지도부가 제재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서 지도부가 자금 부족으로 지지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 제기된다. 즉, 제재를 유지하는 한 미국은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이도저도 아닌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려면 북한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영변 핵시설을 오픈한다든지, 핵 사찰을 받든지, 핵 동결을 한다고 약속하든지 등 작은 조치라도 먼저 해야 한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용도 폐기된 시설이다. 북한은 투명성을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가.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고 본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 속인다는 것을 알면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할 의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