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사립여고에서 최근 3년간 최소 6명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청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작년 시작된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었다. 'A여고 스쿨 미투'라는 게시판(페이스북 페이지)에 'A여고 교사들의 여성 혐오와 청소년 혐오 차별 발언을 공론화하겠다'는 글과 함께 사례가 소개됐다. 이에 따르면 한 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복이 몸을 다 가리기 때문에 음란한 상상을 유발시킨다"며 "교복이 가장 야한 옷"이라고 했다. 그러자 재학생·졸업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날까지 1200개가 넘는 댓글을 달고 자신의 사례를 추가했다.
본지는 재학생·졸업생이라고 주장하는 8명과 연락했다. 이들이 열거한 성희롱 사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다. 전·현직 교사 최소 6명이 등장한다. 한 졸업생은 "2015년 교사 B씨가 수업 시간에 '못생긴 X들은 때려죽여야 한다. 토막 살인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충격적이어서 지금까지 기억한다"고 했다. 다른 졸업생은 "재작년 교사 C씨가 교무실에서 '지퍼가 고장 났는지 확인하겠다'며 친구 치마 지퍼를 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손해를 입고도 바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학교 분위기가 권위적이었고, 말썽을 일으켰다가 생활기록부에 안 좋게 기록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한 졸업생은 "사립학교 특성상 장기 재직 교사가 많고, 그들 간 유대가 끈끈해 보였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학교는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학교는 지난 22일 전체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민주적 해결 절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 교감은 본지 통화에서 "여러 방면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곧 해당 학교 전교생을 일대일 면담하는 방식으로 피해 사례를 듣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