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에 도입된 렌터카 총량제가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렌터카가 교통 체증의 주요인"이라며 지난해 9월 감차(減車)에 나섰다. 그러나 주로 영세 업체가 자율 감차에 참여해 일부 대형 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렌터카 이용 요금이 올라가면서 애꿎은 관광객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는 지나치게 많은 렌터카 때문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불법 주차가 양산된다며 렌터카 총량제에 들어갔다. 렌터카의 도로 점유율이 70%에 달해 제주도 교통 혼잡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제주 관광객의 62.5%가 렌터카를 이용해 규제가 없으면 렌터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운행 중인 렌터카 3만2000여 대를 오는 6월 말까지 2만5000대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업체에 자율 감차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앞으로 2년간 렌터카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증차와 관련된 각종 변경도 제한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렌터카 총량제로 교통 체증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모두 38만3000여 대다. 이 중 감축 대상인 렌터카 7000대의 비중은 1.8% 수준이다. 게다가 자율 감차 실적도 저조하다. 현재 자율 감차 신청서를 제출한 렌터카 업체는 105곳 중 65곳이다. 실제로 감차를 시행한 업체는 54곳이며 차량 대수로는 994대에 불과하다. 4824대를 감차해야 하는 업체 40곳은 신청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자율 감차가 저조한 수준에 그치면서 참여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감차를 이행한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자율 감차에 비협조적인 대형 업체들은 차량을 유지하고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도의 정책에 따랐다가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렌터카 총량제로 신규 등록이 차단되면서 특정 업체만 이득을 본다는 주장도 있다. 총량제 도입 후 대형·소형 업체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번호판 값'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번호판 값이 대당 평균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 업계도 렌터카 감차에 따른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 제주도 렌터카 업체들이 강제 감차로 인해 잔여 할부금 손실, 잔여 차고지 임대료 손실, 인건비 손실 등을 호소하며 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성수기에는 관광객이 원하는 차량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제주 관광 산업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광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제주도는 렌터카를 대체할 대중교통 수단이 버스밖에 없고, 버스를 타고 관광을 다니는 여행객은 거의 없다"며 "렌터카 이용객이 전체 관광객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인데, 렌터카를 감축하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할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렌터카 유지 대수를 일단 2만5000대로 잡았지만, 수급 현황을 검토해 3년마다 증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